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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여자로 사는 삶이 너무 싫다 2003.10.22

binjaree 2009. 6. 15. 18:40

방금 전 장희빈의 최후를 보았습니다
그간 숱하게 영화며 드라마로 만들어진 내용이라 전혀 호기심도 없었고 안 보았었는데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다보니 눈에 들어 오길래요
그러니 그간 흘러간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주워 들은대로 중전을 모함해 사특한 짓을 한 것이 발각되어 사약을 받는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역사는 늘 승자에 의한 기록이니 역관의 딸인 장옥정은 중인출신일테고, 친정배경이 변변치않아 조정 세력싸움에서 밀려나 갖은 모함을 받은채 죽어간건지도 모르는거죠)

그 과정이야 그렇다 치드라도(역사적 배경이라던가,그 녀가 한 짓이라던가 등등...) 끝내 사약을 거부하며 앙탈을 부리다 그토록 사랑해 함께 하고 싶었던 남자, 바로 그가 내리는 사약을,그가 보는 앞에서 억지로 들여 부어져 짐승의 몰골로 죽어가야 하는 그 녀의 운명이 가엾어 눈물이 났었습니다

여염집 농부의 아낙이었다면 그저 평탄하게 살고 질 수도 있었는데 여자로 둘러 쌓인 남자의 여자이다보니 그 어리석은 집착때문에 목숨까지도 빼앗겨야 했던 그 녀의 눈에 마지막 보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사람의 남자와 또 한 사람의 여자가 만나 죽을때까지 변치 않고 살아내기란 아마 불가능한가 봅니다
누구나 결혼식장 주례앞에선 맹세를 하면서도 말이죠
그러니 어쩌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그런 이들의 삶이 회자되어지겠죠
너무도 특이한 경우라서.....

누가 그러더군요 조선시대때 열녀문을 내리고 열녀비를 세운 이유는 그 희소성 때문일꺼라고....

 

 오늘 참 오랜만인 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는 평범한것이 아니었길래 그냥 내 짐작으로 외유내강형의 사람이라 생각되어진 그런 친구였죠
뒤늦게 만나 그간의 과정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내가 들은대로라면 열녀상이라도 받아야할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남편때문에 너무 힘이 든가봅니다
물증은 못잡고 심증은 가는데 그 마지막 확인이 두렵답니다
혹여 자신이 미치지나 않을까싶어....

더더욱 기막힌건 너무나 뻔뻔한 그 남편입니다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그렇게까지 잔인해지는건가요?
아내가 아니라 20년을 기른 짐승한테라도 그렇게 하진 못하겠지요

지혜로운 충고를 요구하는 그녀에게 지혜롭지못한 나는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서둘지 말라고...
조금만 한걸음 뒤에서 이성을 갖고 현명해지라는 되지도 않는 말만 지껄였었죠
정말 되지도 않는 말만...

양은냄비처럼 잘 끓는 내 성미때문에 전화를 끊고 난 후 한참을 가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지만요
나이탓인지 이러저러한 예전에 없던 일을 자꾸 듣고 보게되네요
예전에 나라면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 그 뿐이지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게 어디 남자 여자만의 문제던가요?
한참 예민할 나이의 아이들이 있고,가족이란 소사회를 형성하고 산 20여년이 무의미하게 무너지는 상황이니...

 

 난 패미니스트는 아닙니다 여성우월주의자는 절대 아니고 그저 평등주의자(?)정도라면 맞겠네요
단지 금성에서 온 여자와 화성출신이라는 남자란 다른 두 인종이 각각의 특성을 살려 조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랄 뿐...
그 끔찍한 남존여비란 말은 혐오하지만요 부모님께는 딸이라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없는데 결혼을 해 정작 여자란 이름으로 살아가려니 왜 이렇게 불편하고 불이익이 많은지...

 여자니 애 낳아서 키우느라 직장을 가져볼 기회도 줄어 들었고(기억나지요? 예전 결혼과 동시에 퇴직을 종용받던 시절을요 옛날 일이 아닙니다 20여년전이지요)


그럼 이혼시에는 전업주부들도 남편이 벌어들인것의 절반은 소유권을 인정해 줘야하는데 기여도를 따진다지요?(일례로 결혼30여년만에 파경을 맞은 친척한분은 남편재산이 수억대인데 4천만원의 위자료를 받았다더군요 물론 그 분도 잘한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웬만큼 커 재취업을 하려해도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요?
전문직커녕 시간으로,몸으로 떼우는 단순노동외엔 할일이 극히 제한적인게 현실이지요 아니면 허다한게 영업이지요
안맞는 이들에겐 고문과도 같은 직종...
이렇게 경제적으로 독립할 기회조차도 없이 살다 어느날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맞으면 여자의 삶은 무엇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건지....
천만금을 준다한들 아름답고 꿈많았던 그 시절로 되돌릴순 없을테니까요

그저 그 어리석고도 슬픈 사랑이란 이름때문에(그게 남편에게던,아이들에게던...) 강할수도 있었고(지인의 경우), 집착할수도 있었던(숙종이 그렇게 많은 여자를 안거느리고 일처로 만족하며 살았더라면 별일도 없었겠죠)그 두 여자가 오늘밤 나를 잠 못들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