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이런 저런 11

binjaree 2013. 11. 5. 14:01

 

 

 

산에 갈까?

그럼 단풍 구경삼아 드라이브 갈까?

남편이 눈치를 봐가며 저런 말들을 건네와도 딱히 가고픈 곳이 없다 ㅡ.ㅡ;

그렇게 보내다 겨우 동네 뒷산 오르며 만난 철 잊은 진달래

가을에 저 꽃을 보는것만큼 내 나이가 생경하다

하지만 나잇값을 못하며 살더라도 원하건 원치않건 삶의 행로엔 꼭 해야 할 몫이 있으니...

 

얼마전 상견례를 했다

얼마나 어렵고 불편하던지^^*

비교적 낯선 이들과도 말을 잘 하고 멍석 깔아주면 하룻밤도 떠들 수 있는 나지만

도무지 뭔 말을 해야할지...(그래서 거의 입 닫고 남편에게 그 역활을 맡겼었다 ㅎㅎ)

 

사돈 될 분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고 그 여운으로 그 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었었다

"사위도 자식인데 부모 역활 똑 부러지게 잘 할 분들 같아 마음이 놓여" ^^*

 

 

 

 

 

 

 

 

 

"선배님 자다가 늦었어요~ㅇ ㅋㅋ 빨리 한 바퀴 걸어요 점심 약속 있어서리~"

문자가 안오길래 꼬박 새운 밤 잠이나 자야겠다 맘 먹으며 아참 산책을 접으려는데 전화가 왔었다

비몽사몽 몽롱하길래 바쁘면 오늘 아침 산책은 건너뛰자고 했더니만 그럼 내가 운동을 안할테니 안된단다

순간 울컥 코끝이 찡했었다ㅡ.ㅡ;

아이들 과외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라 늦은 밤 까지 일을 하고 늘 아침이 늦던 사람이란걸 잘 알기에

매일 간당간당 약속 시간에 가면 어느 새 커피를 사들고 환하게 웃던

12살이나 늙은 나하고 놀아주느라 아침 잠도 반납하고

유기견이나 장애인등 상대가 누구라도 최선을 다 하는 여리고 고운 사람

여기저기 사랑의 빚을 가득 지고 산다 언제 갚지?^^*

 

 

 

종일 뒹굴다 파주 들녘으로 새를 보러 간 주말 저녁

나의 이런 철없음(?)에 기꺼이 동참해주니 고마운거겠지?^^

얼마전까지도 황금 들판이었는데 벌써 거의 추수가 끝났다 경악스런 시간의 속도라니..

그나마 온기가 남은 들이다

저 빈 들에 말 달릴 북쪽바람은 미처 도착을 못했으므로

많은 새들이 앉았다 비상하기를 거듭하나 에고 젠장~

카메라도 생략하고 핸폰 배터리도 다 되었네 에효~^^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문을 열었다고 아들이 알려주었다

"어딘데?"

"롯데 뒤편 민들레 영토 있던 곳"

'이노마 민들레 영토가 어디였는지 난 모른다 그들의 영토가 들이란 것 밖엔 ㅋㅋ'

 

책을 좋아하나 통 책을 읽지 못하는 요즘 그래도 궁금하니 들러본다

읽기 편한 여행기와 수필 두어권 고르며 책더미 사이를 다니노라니

어릴때 늘 갈증나던 책의 관한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내 돈 주고 젤 처음 샀던 책  "친어머니와 홍당무"

3학년때쯤 학교에서 책을 사고픈 사람 사라고 하던 날 마침 집에 오신 고모가 주신 용돈으로 저 책을 샀었다

읽고 또 읽어 표지와 뒷장이 다 떨어질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책

지금도 생각나는건 멜론 이란게 과일인것 같은데 도무지 알 수 없어 궁금했던 기억 ㅎㅎ

 

세계명작동화를 양장본 전집으로 갖고 있던 친구가 매일 바꿔가며 빌려주어

그걸 읽을 요량에 귀가길이 흐뭇했던 기억도 있고

 

저 친구집 못지않게 넉넉했으나 좋은 책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셨을 우리 고모가

나와 동갑인 5학년 아들에게 사준 책

"고도를 기다리며"

이름도 희한한 에스트라공 그리고 고도가 안오면 목을 매자니??

그 애 책상에 놓여있던 표지도 고급스런 양장본이던 그 책을 슬며시 읽으며 도무지 이해가 안되어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도 있다

그게 사무엘 베게트의 부조리극 이란걸 알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고^^

 

저랬는데 근처에 출판단지며 대형서점 인터넷서점등

책은 차고 넘치는데 독서의 계절 도무지 책이 안 읽히다니 에효~^^

 

 

 

 

 

 

 

향정님이 사는 이야길 올려야 용서를 해준다길래 숙제 제출 하는 마음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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