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이런 날, 저런 날

binjaree 2014. 10. 25. 19:28

 

 

친구들과 하늘공원

 

 

 

 

 

 

 

시 낭송회

인천 배다리 고서점 거리에 있는 아벨서점에서 열리는 "배다리 시 낭송회"

 

 

매달 마지막 토요일 열린다는 배다리 시 낭송회 79회 초청 시인 주병율 시인(92년 현대 시 등단, 시집 빙어)

 

너무 늦은 시간 / 주병율

 

용서하게

겨울 하늘을 무연(憮緣)히 휘날리는 하얀 눈들을 용서하게

사랑을 잃고 더 잃을 것 없이 가난해져서 너에게 전화를 하는 나도 용서하게

 

고군산 열도를 지나

심포 앞바다를 지나

망해사 500년 느티나무를 지나

낡은 포장마차 안 과주댁이 쳐주는 소주잔으로 앉아서

힘이 든다고, 힘이 든다고 말하는 이 미친 겨울바람도 용서하게

 

살다보면 때로는 저렇게 굽은 느티나무 등걸 위에 손을 올려놓고도

가끔씩 서로가 따뜻해지는 날이 있다고

대낮부터 불콰하게 젖어서 눈밭에 붉은 갈대로 눕는 과수댁도 용서하게

 

십 년을 혼자 모질게 버티고도 아직 굽은 마음이 있어서

검게 갯벌로 흐르는 저 진눈깨비 같은 눈물도 용서하게

만경(灣景)이 만경(晩景)으로 맺혀서 불덩어리로 눕던 바다

나는 아직 그 바다의 만경(晩景)을 마저 건너지 못하고

작은 등 하나 기댈 곳 없이 사락거리며 눈이 내리는 저녁

굽은 등으로 누워서 잠들 수 없었던 밤도 용서하게

갈 곳도 없이 헤매던 너의 지난밤도 다 용서하게

 

고군산 열도를 지나

심포 앞바다를 지나

망해사 500년 느티나무를 지나

사랑을 잃고 더 잃을 것 없이 가난해져서

아직도 무연(憮緣)히 휘날리며 붉은 눈발이 되어 내리는 나에게

너무 늦게 도착하던 시간도 용서하게

짧은 유서도 끝내지 못하고

사랑한 마음을 용서하게

이 추운 겨울을 용서하게  

 

주병율시인, 사회자로 봉사하시는 인일여고 문학샘, 김학균시인

 

 

 

아벨서점 사장님

 

심종록시인

 

시 낭송회 후 다과 시간

 

우리들의 옛 샘~주병율 시인과 함께한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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