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어두운 숲을 밝히던 화악산 금강초롱

binjaree 2016. 8. 23. 10:30



242. 금강초롱꽃



   저녁 후 포도 몇 송이 싸 들고 손주 보러 아들네로 가는데 수풀에서 귀뚜라미인지 방울벌레인지 맑은 소리가 들려온다

또르르 또르르~♬ 가을을 연상케 하는 청량한 노랫소리 참 반갑구나

더워도 심하게 더운 요즘 처서라는 오늘도 그 말이 무색하게 낮엔 푹푹 삶아 댔었다

함께 하는 선배님은 사정이 생겨 우리 둘만이라도 꽃을 찾아갔어야 했는데 날씨가 이 모양이니 핑계 좋아 꽃도 밀쳐두었다

열정이 이러하니 난 언제나 준 화류계^^;


올해는 못 보고 지나가나 했던 화악산 꽃들 선배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놓치지 않고 보았다

높은 산이라 공기는 청량감이 들었지만 호수공원조차 안 다녀 그런지 몸은 어찌나 무겁던지 땀을 서 말이나 흘리며

더워 묶은 머리끝을 무심코 만지다 어이없었다 머리 감은 것처럼 물이 짜졌으므로


지난해 보다 5일 늦게 간 거였지만 올핸 개화 시기가 빨라 꽃은 이미 절정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작년엔 좀 이른듯하던 금강초롱은 어두운 숲을 밝히며 지천이었고 닻꽃도 서운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 좋았다

덤으로 주어지던 다른 꽃들도 모두 반갑고


후끈한 생명력으로 넘실대던 이 짙은 숲은 이제 그 열기에 지쳐 머잖아 단풍 들겠지

나, 숲에서 얼핏 여름의 그 등을 본 것도 같다

후텁지근한 바람을 토해내던 선풍기보다 식은 밤공기가 더 나으니 하릴없이 소진한 여름을 슬며시 밀쳐내며 가을은 내 창밖에 와 있는것 같다

몇 날만 더 견디면 더위야 가실 테지만 등을 보이는 여름 그래도 서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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