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어떤 봄날

binjaree 2017. 4. 26. 21:04




1. 옥녀꽃대

  어제 시어머니 기일을 맞아 찾은 남편 고향에서 뒤늦게 올 시누이가 머위 좀 뜯어 놓으라는 부탁을 해오길래 산이랄 것도 없는 산기슭 머위 밭에 갔다가 보았다

마침 핸드폰이 있어 그것으로...

남편은 자랄 때 이 꽃을 본 적이 없단다 내참~ 그럴리가요~ (자기 자란 뒷동산인데 새삼 이 꽃이 어디서 이주해 왔을라고 ㅎ)

아마 관심이 없었으니 보고도 기억을 못하는 거겠지 그 푸른 나이에야 어디 들꽃이 보였던가 나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그건 기억하더라 타래난초, 어릴 때 소 뜯기러 가면 엄청 많았다고

(그는 꼭 소 뜯기러 간단 표현을 한다 내 생각엔 소 풀 먹이러 가는건데

명감덩굴은 멍과라고 하고 소 꼴을 깔이라고 한다 충남스럽다 ㅎ)

이상하게 꼬였네 스스 스크류바~♪ 난 타래난초를 보면 자꾸 이 노래가 생각나더라만^^




2. 들현호색

얼마전 호수공원에서 이 꽃을 사진에 담았었다 작년엔가 처음 보고 그 자리를 살폈었고

그렇게 산으로 꽃을 찾아 다녔건만 산에선 이 색깔 현호색을 본 적이 없었다 흰것은 보았었는데

그런데 머위가 있던 기슭에 이 애가 있었다

어라? 너 야생이었니? 난 호수공원에 있기에 조경화인가 했었는데

그럼 네 이름은 뭐니?

세상엔 구타 유발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궁금증 유발자도 있다니까 ㅎ(고수님께서 알려주심^^)




3. 싸리꽃

큰댁으로 가는 길에 선산부터 들린다

김종필씨의 고향이고 유홍준씨가 터를 잡은 곳, 충남 부여군 외산면

시부모님 산소에 절을 올리곤 윗대 할아버지 산소에도 절을 올린다며 내려 간 그를 기다리며 근처를 어슬렁~

척박한 야산이라 꽃이라곤 없다

본거라곤 땅에 붙다시피 핀 이 싸리꽃과 아래 각시붓꽃뿐, 땅비싸리인지 조록싸리인지 구분할 능력은 없다 ㅎ(이것도^^ 땅비싸리)



4. 각시붓꽃




  둘이 머위 한 자루 해들고 그 산을 돌아 내려오며 본 그의 고향마을

위에 빨간 지붕집이 큰댁이다 내년이면 일흔을 맞이하시는 시숙이 제일 젊은 축에 든다는

시부모님과 형님 동생 하며 지내던 분들이 호호백발이 되어 계시다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그마저도 이제 몇 분 안계시고

외지에서 이사 온 몇 집뿐인... 젊은 사람 없고 당연히 아이도 없는 마을

이렇게 화사한 봄날 보아도 쓸쓸하다


고향이지만 이곳이 남편이 태어난 곳은 아니다 나와 동갑인 시누이를 가지신 채 이사 와 여기서 낳으셨다고 들었다

6.25  전쟁 때 갖 입대를 한 삼촌이 계셨단다 갑자기 밀려오는 인민군에 의해 쫓기던 그분은 패잔병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 숨어 계셨단다

누군가 그걸 밀고했는지 이미 인민군 치하였던 고향에서 들통이 났고 뭔 교육을 시킨단 빌미로 인민군에 의해 부여읍내로 매일 불려 다니셨다는데

추석이 며칠 안 남았던 어느 날 또 그렇게 교육(?)을 받으러 그분은 읍내로 가셨고

집에 계시던 아버님께 전해진 기막힌 소식

인민군들이 도망가며 사람들을 다 죽이고 갔단 이야기를 듣고 그 먼 길 달려가셨다는데

그때도 군청이었는지 읍사무소였는지 그 뒷마당 거적으로 덮은 시체들이 줄줄이 있었고 피가 도랑이 되어 흐르더란다

동생을 찾겠단 일념으로 거적을 들추니 제일 처음이 동생이셨다고

동생을 수습해 그 먼 길 지게에 지고 오셨다고 들었다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참담함이 드셨을 터 그분들은 그 기막힌 세월을 어찌 사셨을까

그 사건으로 인해 아버님은 몇 년 방황을 하셨었고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심을 계기로 다른 마음으로 살아보고자 고향을 버리셨다고 들었다 같은 부여지만

그래서 아버님의 추석은 늘 우울하셨던 것 같다 툇마루 끝에서 하염없이 먼 산 바라기를 하시는 것도 민망하게 뵌 적 있고

어느 해던가 이산가족 찾기로 전국이 눈물바다를 이룰 때 차라리 그 때 전쟁통에 헤어진거라면 지금 만날 기회라도 있을텐데 하시며 한탄하시던 것도 들었었다

시삼촌이 황망하게 돌아가셨기때문에 아버님은 4대 독자가 되셨고 외로워 딸이라도 많이 두시겠단 마음이셨단다

돌아가신 지금은 딸들 모두 가슴아프게 기억하는 아버지지만(64세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어릴 적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소 등 털던 빗자루가 방으로 날아 들었단다 ㅎ

딸들에게 그렇게 엄격하시던 아버님이 예외인 사람이 있었으니 우리집 남자 이 아들은 객지에서 고생한다고 밥상이 들어올때까지 깨우지 말라시던 분이다 

집안 대소사에 언제든 앞장 서셨고 걸인이 찾아와도 밥상을 차려 대접하게 하셨다던 분

7남매 큰부자는 없지만 모두 편안한 삶을 누리는 건 다 그분들의 음덕이리라

시어른들 돌아가신지도 벌써 삼십 여년이 넘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돌도 안된 젖먹이였던 작은 애가 애 아빠가 된 시간, 아득하기도 하고 찰나 같기도 한 시간

나, 비록 피는 안 섞였지만 깊고도 진한 인연으로 어려운 시절 굽히지 않고 사셨던 그분들의 시간을 잠시 떠올려본다




엊그제 광덕산 조경철 천문대 가는 길가엔 이 쇠뜨기가 무진장 있었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것들이 좌악~

어릴땐 뱀풀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좀 징그럽게 생겨 비호감이었고

이 앨 보니 문득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에서 본 장면이 생각났었다

영화에선 이걸 다듬어 데쳐 조림을 했었다 공들인 거에 비해 너무 먹을 게 없어 비효율적인 먹거리라고 했던 거 같다ㅎ

본김에 나도 하나 꺾어 옆에 비늘 같은 것 떼어내고 씹어보았다 남들이 보면 미친거 아녀~ 했을 듯 ㅎ 

無맛이었다 맛있지도 않았고 거부감도 없는 맛 그러니 양념을 더하면 먹을만 하리라

살림은 그까이 꺼 대충~ 살면서 이런 먹거리에 호기심이 많다

산에 다니며 식용 가능한 풀도 많이 알아놨으니 나름 생존에 최적화된 인간이다 내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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