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 주절거리는 허접story(03.3.28)
어느 날은 無腦人처럼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갖을까? 등 동물적인 습성만으로 잘 살아지다가도
또 어떤 날은 무슨 삼류소설의 주인공처럼 온몸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양 누군가 건드려주기만 한다면 종일이라도 그 수분을 지하수처럼 뿜어낼 작정을 하고 사는듯하고
조울증 이 감정의 양극화 현상은 태내에서 생겨날 때 함께 생성된 듯 일생을 따라다니며 감정 기복의 조절을 힘들게하니.....
아무튼 참 웃기는 짬뽕 같은 인간입니다 나라는 동물은
아주 오랜만에 정말 모처럼 아침에 몇 가지 볼일을 보러 집을 나섰습니다
세수만 하고 부스스한 머리는 모자로 가리고
문밖은 온통 봄이 수선스럽더군요
산수유 노란빛은 눈부시게 환하하고, 벚꽃들도 두런두런 잠을 깰 채비를 마쳤고 쥐똥나무 가지에선 다투어 돋는 새싹들이 와글와글 소란하고
해서 나뭇가지 끝마다 살피며 걷다가 내게 있어선 대형(?)사고인 발목을 삐끗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 순간 눈앞이 어지럽고 진땀이 나더군요
바스락 소리가 날 듯한 이 건조한 몸뚱이에도 신경세포는 살아있었던지 주저앉고 싶을 만큼 기운이 빠져 가로수를 붙잡고 잠시 서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있었더라면 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족인 작은 애를 불러 부축해 달라고 하고 싶더군요
살살 움직여 보니 걸을 만 하기에 볼일도 뒤로 미루고 쩔뚝이며 돌아왔는데 발목이 붓는걸 보면서 지금 심란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내일모레 마이산행이 어려워질까 봐서
3일에 걸쳐 갓김치를 담았습니다
돌산 갓 한 단을 사다 놓은 날은 까마 득 잊고 있었고
어젠 아직은 날씨 탓에 제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그 물건을 다듬어 절였었지요
저녁때가 되가도록 절여지지 않기에 밤늦게 다듬어놓은 파와 함께 씻어 소쿠리에 바쳐놓고
오늘에서야 찹쌀풀을 쑤어 처리했습니다
이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작태를 하고 사는 게 요즘의 저입니다
만사가 귀찮고 귀찮기만하니
엊저녁엔 수탉인지 씨암탉인지 거대하기가 강아지만 한 생닭을 지인이 주셨다는데 다른 때는 잘도 만지던 그 닭이 왜 갑자기 끔찍하던지
진저리쳐지는 검은 운명처럼 뱃속엔 잘린 두 발이 모이주머니와 가지런히 들어 있었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임신 때도 없었던 헛 구역질이 다 나오더군요
결국은 남편의 손에 의해 토막 내져서 닭볶음탕을 끓여 먹였지만 내 손으로 조리했어도 도무지 젓가락이 가지질 않더군요
매끼 찌개면 찌개 하나 무엇이든 한 가지만 간단히 조리해 삐쭉 상을 차리게 되니 겨우 한가지 가지고 있는 직책인 주부라는 이름도 사표를 내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