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jaree 2009. 6. 15. 17:44

어제밤 꿈에도 아들이 왔습니다
얼룩무늬군복을 입고 백일휴가를 나왔다면서...
그 아이를 안아보고 눈물을 흘리다 무엇을 먹일까를 생각하며 꿈에서 조차 서둘렀습니다 빨리 맛난거 먹이고 싶어서....
그 아이는 과자도 맛있다며 쵸코파이가 담겨진 바구니를 들고 앉더군요
그런거 먹으면 입맛없으니 조금만 먹으라며 허둥거리다 잠을 깨었어요
생시인듯 선명하고 새벽부터 가슴이 먹먹해 졌었는데 오늘 아들의 편지가 왔어요 그 애를 보듯 반가운 편지가....

 

사격에선 16발만을 명중해 18발 이상이어야 집에 전화할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는거며 유격훈련이 많이 힘들었다는것과 동료의 잘못으로 화생방훈련을 두번이나 받았는데 두번째는 지옥에라도 가는것같아 엉엉 울었었다는군요
너무 힘들어 어떤 아이들은 혈변까지 보게 된다는것과 그것을 그 들 사이에선 남자들도 군에 와서 생리를 경험하는거로 표현한다더군요

아들애는 그래도 땡볕에서 자전거를 조립해 팔던 경험과 공룡능선 다녀온거에 비하면 비교적 할만한 훈련소생활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각개전투와 주야간 행군이 가장 힘든 고비일거라고 적고 있었는데 잘 해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주 총점검을 끝으로 금요일 자대 배치를 받는다는군요
내 아들의 생에서 제일 길고 힘들었을 이 여름이 드디어 끝나가네요
장교보다도 장군보다도 더 기특하고 대견한 이등병 될 아들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직도 첩첩 산중 갈 길은 멀겠지요
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더군요 그래도 훈련소생활이 낫다고 층층시하 자대근무가 정신적으로 더더욱 힘들다고...
연일 뉴스에 나오는 군문제들을 접하면 늘 태산같은 걱정이 앞서지만 잘 해내겠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참 자식이 뭔지....

엊그제 시골에서 시외삼촌을 우리가 모시고와 아들집에 내려드렸습니다
사업을 하시다 귀향을 하신건데 몇년전 뇌종양수술 후유증으로 반신이 불편한 분입니다
어제가 생신이고 병원가는 날도 되었고 해서 서울서 아들이 모시러 왔는데 그간 아들에게 섭섭한게 많았던 이 분이 하도 역정을 내니 그냥 혼자 올라 가 버렸더군요 그 시외삼촌은 정말 내 시아버님이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을 만큼 아주 별난분입니다
참는게 내 사는 철학이다시피한 나도 도저히 감당이 안될만큼...

자녀넷을 모두 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짝을 지워 다들 잘 삽니다
그날 왔던 큰아들은 40여평 아파트를 아버지가 사 줘 살고 있고...(30대초반인데...)
평생을 겪었을 아버지를 이해 못하고 그냥 길을 되돌린 그 아들이 딱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럴까란 생각 안든건 아니지만...

돌아오는 길 울동네로 접어들면서 시장했던 남편이 작은애에게 전화를 걸어 라면을 삶아 두라고 하더군요
이녀석 공부한단 핑계로 노우 하더라네요
부모라면 자식이 먼 길에서 돌아올 때 배고플까 염려되 따스한밥 지어두고 기다릴텐데... (오니 라면물만 올려 두었더군요)
이러니 자식에게 부모는 참 바보같은 사람들입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란것같아 아쉽고 안타까운데 받는 자식들은 저희 편한대로 생각하고 때론 능력없는 부모 탓을 하며 살아가겠죠 내가 그랬듯이....

큰아이를 군에 보내고 날마다 이 생각 저 걱정을 하며 사는 내 모습에서 울엄마를 기억합니다
여전히 전화 자주 안드리고 잘 살고 계시겠지 라고 믿으며 사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내 아들도 나 만큼이나 내 생각을 할까 싶기도하고....
자식생각하는 10분 1만큼이라도 부모께 하면 아마 효자효녀 될텐데 말이죠 참 비도 많이 옵니다 올농사는 흉작이라고 난리인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적당함은 어렵기만 한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