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설악동에서 12시간(03.9.22)

binjaree 2009. 6. 15. 18:04

내 이럴줄 알고 안나서려고 했었는데...ㅡ.ㅡ;;
아팠던 허리가 완벽하게 나은것같지도 않았고,감기도 똑 떨어지지 않았고...
이러저러한 일로 몸도 마음도 무거워 영 내키지 않았던 여행이었었죠
퇴근후 내가 준비해놓은 배낭만을 달랑 들고 나서면 되는 이남자때문에 종일 동동거리며 준비를 했었습니다
들고갈 찬과 두고 가야할 찬 그리고 간식으로 지난번 남겨둔 가루를 반죽해 다시 송편을 쪄내고나니 밤이더군요
8시 출발 1시가 다되서야 숙소에 들었습니다(동행한다던 시인은 교육차 떠나있어 동행 못했고..)

장시간 차를 타니 허리통증은 다시 시작되어 자는둥 마는둥하고 담날 5시에 일어나 산행엘 나서려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시작되더군요 그와 함께 편두통도 시작되고..
암튼 설악동에서 아침을 먹고 비선대를 지나 금강굴을 오르려는데 난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만류하는 남편을 뿌리치고 되돌아섰습니다
조심히 다녀오라고...내 걱정은 말고... 8시나 되었었나 이제 12시간여를 기다려야하니 그 널널함이 신나기도 했는데....

도토리가 지천이라 내려가면 뭐하나 싶어 두세시간을 혼자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주워도 주워도 도토리는 그대로고... 비선대길 3키로를 지고 내려와야길래 내가 질수있을만큼만 배낭을 채우고 비선대로 내려왔죠
비선대간이식당에서 김밥 한줄 시켜먹고 커피마시고...
혼자앉아 귀가 멍해질정도로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계류를 바라보고 바로앞 장수대를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다 주차장 차에서 좀 쉴 요량으로 도토리를 짊어지고 내려왔지요
이노메 배낭이 얼마나 무거운지 혼자 "미련한데는 약도없어"라고 중얼거리며..ㅎㅎ


주차장 차에서 차창을 열어놓고 앉아있으려니 어찌나 허리가 아파오던지...
뒷자리에 누워 이리 돌아보아도 저리보아도 편치않고...
그 와중에도 까무룩 잠이 쏟아지더군요^^
잠깐 잠이 든것같은데 차창안이 찜통같아서 그대로 자다 죽을까봐 다시 일어나 바람쐬고 심심해 와플사먹고 번데기사먹고....ㅎㅎ
시간 참 드럽게 안가더군요 4시쯤되어 이제 양폭산장까지 왔겠다싶어 마중을 나가려는데 전화가 오데요

  신선대라나...
  우아악!! 나 미쳐!! 왜 아직 거기야 라고 소리질러놓고 나니 그때부터 열받기시작하는데 정말 짜증이나 미치겠드라구요

 이시간에 거기면 돌아오려면 밤9시는 되야될것 같았어요
난 이 긴시간을 어떻게 하라고... 차키나 안맡었어야 그냥 집으로 돌아오죠
정말 마음같아선 속초비행장으로 달려가 김포행비행기에 몸을 싣고싶었습니다
그노메 차키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주차장을 배회해야하니...
차에 누웠다 앉았다 화장실 들락거리고 설악동 소공원을 배회하고..
7시가되가길래 후래쉬하나 사들고 이미 어두워진 비선대길로 접어들었죠
김밥사먹은 그 비선대식당에 가서 앉아있는게 덜 지루할듯 싶어서요
매표소에서 비선대까지는 3키로정도 되는데 간혹 늦어진 하산객만이 보일뿐 들어가는 이는 나 혼자였어요
중간에 식당들도 점포를 닫으니 얼마나 어두운지..슬쩍 무서워지더군요
하산하는 남자들이 흘깃거리며 쳐다보니 그도 신경쓰이고..

지나치던 택시운전사가 "야!! 어디가니!!" 라며 농을 거는데 정말 짜증나고 무서웠습니다
이 험한세상 까불다가 뒤통수맞고 설악산 자락에 암매장되는거아냐 하는 생각이 들자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ㅎㅎ
나 때문에 서둘러 내려왔다는데 그시간이 8시였죠
환상적인 날씨때문에 끝내주는 산행이었다고 좋아 입을 다물줄 모르던 일행들은 내 굳어진 표정에다 남편에게 쐬붙이는 내목소리에 순간 조용해하며 머쓱해졌고...
"내가 안온다고 했잖아!! 왜 안온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와 이 지경을 만드냐!! 내가 차 키만 안가졌었더라도 비행기타고 갔을꺼다 다신 너랑 여행을 하나봐라 꽥 꽥 꽥...!!"ㅋㅋㅋ
내가 포기한 산행이었고 그만큼 걸리는 산행이란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화가나던지...^^

어제 아침 용대리 점봉산 산채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남편은 날 위해 그 비싼 송이버섯을 주문하더군요
산나물 연구가의집이라고 상호에 덧 붙인 그 집은 우리가 속초에 갈때마다 들리는 집인데 점봉산등지에서 직접 채취한 갖가지 산채들이 맛깔스러운 아주 유명한 식당인데요 그 집이 필례약수근처에 있을때부터 들락였었죠
인적드문 필례약수를 떠난 이유는 겨울에 눈이덮이면 차량통행이 없어 몇달씩이나 장사를 못하게되니 용대리로 이사를 나온거랍니다
10여가지가 넘는 산채도 산채려니와 다래장아찌,감자메밀전,곰취짠지,뽕잎김치,솔잎차(송순을 발효시킨건데 너무 개운한 맛이었고...)더덕쥬스 등등...모두 자연산^^
뿐인가요 티비에도 여러번 나온적있는 석이버섯따는 시인 박성진씨가 채취해오는 석이를 전량 사들여 요리해 내놓는거며 산채접시엔 구절초한가지와 오미자 빨간 열매가 눈을 즐겁게했죠
목이 아프단 내게 주인이 직접다린 기관지에좋단 약재도 한 컵 주시더군요
송이버섯을 먹어서인지 그 귀하단 능이버섯,곰버섯,석이버섯을 한접시 듬뿍 서비스로 주시는데 일행들이 탄성을 자아낼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쥔장이 알려주는 산채와 약재에 관한 명강의도 듣고...
우리가 얼마나 눈을 초롱이며 강의에 빠져들었는지 강사(?)도 우리가 나서는데 서운해하며 먹을것 다 먹었다고 가는거냐며 서운해했습니다^^
산삼싸게줄테니 먹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뒤로 남기며...
덕분에 그나마 짜증으로 엉망이 된 이 길을 즐거운마음으로 돌아설수 있었지요
호일에 솔잎깔고 송이버섯 몇점을 아들준다고 챙긴 남편덕에 작은애도 난생처음 그 맛을 보게되었구요 물론 저도 처음 맛본거지만....
양여사 너 랑 그집에 가면 정말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