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7일◈ 월악산(1097m 충북 제천)+ 산행기1
몇 주를 별러왔던 담양행이 미뤄지자 남편은 북한산이나 다녀 오자고 했지만 주중에도 언제든 나설수있는 북한산은 영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북한산이 명산임은 잘 알고 있지만 휴일 장거리 산행이 무산되면 왜 그리 아쉬운지...저야 지난 목요일에도 이웃과 둘이 짧게나마 다녀 오기도 했었구요
남편직장산악회가 이번 일요일 월악산을 간단 말을 들었기에 썩 내켜하지 않는 그에게
"버스를 이용하니 우리가 지난번 다녀왔던 그 코스는 아닐거야 중봉,하봉을 거쳐 수산리로 하산하던지 신륵사쪽으로 내려갈지도 몰라 그러니까 가보자..."
라며 보채는 제게 자기 직장산악회를 내가 왜 따라 나서려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더군요(내 참 디러워서 산악회가 있는 직장을 구하던지 해야지...ㅎㅎ)
남편상사분들과 동료들로 구성된 산악회가 전들 편할까요? 그저 산이 좋으니 짐짓 모른체 따라 가는건데...다행히 딱 한분 저와 함께 할 분도 계시구요
막상 출발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날씨탓인지 여직원들도 없고 아내를 동반한 직원분은 거의 보이질 않아 낭패감이 들긴 하더군요
타고 갈 버스문제로 한시간 가까이를 지체한 후 서울을 출발해 덕주사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쯤... 충주호가 시작될 즈음부터 보이던 월악은 개스에 뒤덮여 시계가 좋지않을꺼란 예감과 함께 아득한 저 곳을 어찌 올라갈까란 은근한 걱정도 들더군요 코스는 싫망스럽게도 지난번과 같았고...^^
작년 1월,눈쌓인 길을 걸을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인지 처음 오는 산처럼 새로웠습니다
그때는 마애불까지가 거의 평지처럼 느껴졌었는데 바람한점 없는 숲속이 얼마나 덥던지 마애불까지 가는동안 이미 땀투성이가 되버렸지요
너무 땀이 많은 체질이라 여름엔 외출하는것 조차 피하며 사는데 산이 좋으니 모든걸 다 감수하고 나섭니다 물속에서 갖 건져낸것같은 몰골때문에 창피하기 그지없지만 타고난 체질 바꿀수도 없구요 ㅡ.ㅡ;
예상대로 시계는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겨울에 본 가슴까지 확 트이는 듯한 광경은 볼 수 없었어요 그저 댓걸음 떼고 땀 닦고 다시 진행하기를 반복할 밖에...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몇몇분이 아직 뒤에 있단 안도감으로 숨을 고르며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릅니다
이 무더운 계절에도 산행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요
더우면 쉬고,추우면 건너 뛰고,비오면 제끼는 우리 산행스타일은 똘배님의 계산대로라면급수에도 못드는 영원한 초보겠지요?
허위적 계단을 올라 영봉이 한눈에 들어오던 960봉에 섰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스에 쌓인 영봉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장하게 솟구친 암봉을 바라보면 가슴이 뛰면서도 저길 언제 올라가나란 걱정도 들겠기에...^^
헬기장 근처에서 점심을 들고 정상으로 향한 길을 줄여갑니다 길은 질척해 조심스럽고 이젠 땀을 닦는 횟수가 더더욱 늘어나 안경마저도 손에 벗어들고 걷습니다
제 몰골이 가관인지 마주오는 몇몇분은 이제 멀지않으니 힘내란 말씀을 건네주시더군요 에구~이 땀순이 얼마나 딱해 보였으면..^^
지난 겨울 영봉을 향한 그 가파른 계단밑에 섰을땐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여 아득했는데 여름에 오면 좀 더 쉬울까 싶었던 그 곳은 여전히 까마득 가팔랐어요
산은 언제나 처음처럼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바지는 동동 걷어 올리고 얼굴은 낮술이라도 걸친것처럼 벌건 몰골로 정상에 섭니다
날씨탓에 시원한 조망은 없었지요
여럿은 서있기도 불편한 정상석 부근을 비집고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처음 왔을때 찍은 사진은 눈을 감고 있었고 이번 사진은 더더욱 가관이더군요 절대공개불가!! ㅎㅎ
왔던길을 되돌려 동창교로 향하는 갈림길로 내려섭니다
지루한 급경사 돌계단의 연속입니다 숲엔 온세상 사람숫자 보다도 더 많을듯한 온갖 곤충들 울음소리가 가득했구요
누구하나 뿌리고 가꾼 이 없어도 이 계절이면 초목은 푸르고 무성하고,아무도 먹이주어 돌보는 이 없어도 그 작은 생명들은 제 몫을 다 하며 숲을 지키네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조차도 잠들지 못함은 창밖의 푸르름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싶고, 산밑에 나즉이 엎드린 마을 풍경이 고향인 듯 정겨워 눈감고 스치기가 아쉬어서인데 한 분은 우리 일행을 보고 역시"산꾼들은 달라" 라며 농을 건네시더군요 늘 도맡아 꼴찌인 저는 절대 갖을 수 없는 이름인데.... ^^
2003-01-27 산행기
오래전 아직 내가 산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날, 수안보 여행길에서 처음 보게 된 월악산...
알지못할 신령스러움으로 내게 각인된 그 월악을 오랜 기다림끝에 엊그제 토요일 올랐습니다
예전 그날은 늦게도 나섰지만 수안보에 들러 온천욕을 즐기고 고수동굴을 다녀오니 서울로 출발하기전 뉘엿 해가 지더군요
지금이야 산을 찾아 꽤많이 돌아다녀 길도 많이 눈에 익혔지만 그때는 차가 모셔다(?)주는데로 한가히 차 창밖만 즐기면 되었었죠
충주호변 어둔 구빗길을 돌고 돌며 여행이 주는 피곤함으로 말도 잊고 망연히 차 창만을 주시하고 있는데 어느순간 눈길을 잡아끌던 산...
달빛을 받아서였는지,높디 높아 보여서였는지 인간의 발길이 금기시된 곳처럼 차안에서 올려본 월악영봉은 푸르스름한 달빛을 머금은 채 때묻은 속세인이 범접키엔 너무도 신령스럽게 보였었습니다
시간이 참 많이 흐른뒤 차츰 산이 내게 오던 날, 꽤 여러 산들을 다닌다고 다녔지만 월악을 오를 기회는 쉬이 찾아오지 않더군요
제 신년계획이 기왕 노는거 확실히 놀아보자고 기왕이면 산에 미쳐보자 이거든요
첫산행을 가족 모두의 태백산 일출로 시작했으니 테잎은 거창하게 끊은편인데 게으름도 병이라 한 주는 또 건너뛰고 지난 토요일 월악산행을 남편 직원부부와 약속했죠(동행이 있으면 포기가 쉽지않으니 확실하거든요)
6:30분 집을 나서서 화정에서 일행을 태우고 중부,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려 충주를 거쳐 10시 조금넘어 월악산 덕주골매표소에 도착했습니다
올려본산은 이외로 눈이없어 약간 실망했지만 쉽지않을거란 예상에 단단히 마음먹고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완만한 계곡가를 거슬러올라 덕주사를 거쳐 마애불상앞까지 한시간정도 걸렸는데 그만큼에도 한겨울 날씨답지 않아서인지 이미 땀에 젖었네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배낭을 벗고 불상앞에 올랐습니다
낭랑하게 퍼지던 스님의 독경때문이었는지 난생 처음 부처님께 절을 올렸는데 때묻은 중생 민망하고 부끄럽기가 한량없더군요
종교가 없단 이유로 자식들이 다 장성하도록 어디에건 간절히 빌어보지도못한 미련한 에미의 뉘우침이었는지........
마애불을 지나치니 듣던대로 그 악명(?)높은 철계단이 시작되더군요
능선옆면으로 설치된 계단이라 한쪽은 시선이 확트이니 이내 들어오는 경관이 발길을 잡아 핑계삼아 가쁜숨을 고르며 천천히 내딛었습니다 마애불을 떠난지 다시 한시간반가량 올라 능선삼거리에 도착했구요 꽤 많이 오른것같은데 길은 별로 줄이질 못한걸보니 등고선이 조밀하던 이유가 있었죠
간식을 먹고 잠시 다리쉼을 하며 바라다본 영봉은 멀리보이지 않았지만 그 거대한 암봉은 이제 꽤나 힘이 빠진 절 질리게하더군요
다시 저 높이를 오를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고.....
산에 다니며 일행인 여자들이 늘 주고받는 말이있습니다
"시엄니께서 갔다오라 시켰으면 아마 신세타령이 늘어졌을거라고...."
다 제좋아 하는짓이니...... 눈이 소복이 쌓인 능선은 아이젠없이도 걷기 편했고 오솔길같아 조금전 걱정은 어느새 잊고 발걸음도 가볍게 헬기장을 거쳐 영봉밑에 다다랐습니다
까마득 올려다보이는 정상엔 먼저오른 사람들이 얼핏보였는데 부럽기조차하더군요
이젠 숨이 턱에 차 오름길에선 점점 쉬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철계단을올라 꺾어지니 북사면인 그쪽은 눈이 제법 많이 덮여있었죠
일행인분이 우리 여자들이 걱정이 되서인지 자꾸 뒤로 빠지시길래 "놀매~ 쉬매~ 갈테니 먼저가세요"라고 했더니 웃으시드라구요
"에고 길이 늘어나나? 가도 가도 그대로이네"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영봉은 그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암봉이라서 예전 시설물이 없을땐 아마 오른이가 거의 없었을것 같드라구요
하늘로 향한것같이 끝이 없어 보이던 철계단은 이미 지친 우리를 더더욱 지치게하고....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면 발걸음이 쉬우려나요?
하지만 이제 정상이 코앞인데 젖먹던 힘까지 보태야지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산에 다니며 이 말을 늘 되새김질합니다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땐 앞서가는 일행을 쫒기도 힘들어 늘 중간에 포기하고자했던 마음이 간절했었죠
하지만 누구하나 거기서 쉬고 있으란말을 안하드라구요
숨이 턱에차고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즈음이면 오는동안의 그 고통을 말끔히 씻어주는 산정에 서곤했죠
여럿은 발딛기도 힘든 바위봉우리가 월악의 정상이었습니다
구비 구비 능선들이 물결처럼 아스라히 발아래 펼쳐지고 그 산아래를 돌고 돌며 충주호가 펼쳐져있었죠
"나도 해냈다"라는 자만감이 슬며시 번질때쯤 시장기가 몰려와 금강산도 식후경 운운하며 조금 내려와 점심을 해결했죠
커피를 마시고 주변을 정리하고 서둘러 하산을 재촉했습니다
갈길이 멀었죠 송계계곡 동창교매표소길도 예외는 아니라 가파른 돌계단의 연속이더군요
이미 풀린 다리가 휘청이고 아이젠을 착용한 발이 불편하기 그지없었지요 등산화끈을 잘못조인건지 발톱은 빠질듯이 아파오구요
10:30분이 채 안돼 시작된 산행이 5시가 되어서야 하산완료!! 눈길10여KM 6시간반의 긴 산행이었습니다
내려와보니 정상이 저리 가까이 보이는데...
월악산의 함정이랍니다 쉽게 다녀 올 수 있을것처럼 보여 준비없이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탈진을 해 종종 사고가 난다는군요
피곤해도 정신은 오히려 맑아 돌아오는 동안에도 잠들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올겨울엔 제데로 된 눈산행을 못했으니 다음엔 선자령을 갈까? 계방산을 갈까? "하는데 속으론 전 산세가 험해보여도 음기가 넘쳐 그음기를 누르려고 덕주사엔 남근석까지 세운거라는데 넘치는 여성산의 정기를 받았으니 아에 설악을 갈까 하는 속생각을하는걸보면 계획대로 잘 미쳐가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