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3일◈구봉대산 언저리에서
영월로 가는 차 안에서...(중앙고속도로, 낮게 깔린 구름이 신선했지만 사진은 영~)
영월 주천면의 한 능선에서 건너다 보이던 풍경들 첫번째 암봉은 백덕산정상
하루 수확을 즐거워하는것은 좋은데 왜 크기를 담배갑이랑 비교를 할까? 피한다고 피했는데 내 발도 나왔군 ㅡ.ㅡ;
올 한해 영월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주말산행지를 6번이나 그 곳을 택했으니...
삼동산,장산,된불데기,구봉대산근처까지... 언제나 오지를 향해 나서는 아침은 미지인 그 곳의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
그러나 이 나라에 오지는 없다 이런 산을 누가 오랴 싶었지만 언제나 사람의 흔적은 있었다
어제도 코가 앞사람 발뒤꿈치에 닿을듯한 길도 없는 급경사를 올라 능선에 섰다
누군가가 저기로 올라가자 하면 " 그려~ 우리가 언제 길로 다녔나" 하며 아무도 군말없이 뒤를 따른다
그 산 사면은 고사리가 내 키를 넘게 자라 있었고 가시가 돋은 줄기는 왜 그리 많은지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능선엔 갸우뚱 거리게나마 길 흔적이 있어 편했다
오래전 나무꾼이 낸 길일까? 아니면 나물꾼 이나 약초꾼? 잔가지가 옷깃을 잡고 머리를 당기지만 길은 길이다
누군가가 더덕을 찾아 능선을 벗어나 사면으로 들면 모두 그 뒤를 쫒고 혹여 더덕이 제법 있는곳을 찾으면 저마다 괴성을 질러대고..... "
여긴 더덕 하나도 없어 진짜 없으니까 아무도 이리로 오지마" 오라는건지 말라는건지...ㅎㅎ
능선 갈림길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사람소리가 들린다
우리일행 소리인가싶어 귀를 기울이니 아니네 얼른 장갑과 호미를 배낭에다 감춘다 괜시리 창피해서...
두남자가 오더니 더덕냄새가 난단다
"산행 세시간만에 사람 처음보네요 어디로 올라 오셨어요? 그런데 더덕캤어요? 냄새가 나네"
"네 저 밑 계곡에서 길없는 사면으로 뚫고 올라왔어요 서너뿌리 캤구요"
웬걸 그 뒤로 줄줄이 사람들이 내려온다 산악회에서 온 듯...구봉대산 등산로였다
우리는 이미 그 향에 젖어 있는가? 지나는 사람마다 더덕냄새라며 시선을 던진다^^*
등산로로 들어선다 아기자기 암릉이 재미있다
시야가 터진다 어느해 겨울 유난히 힘들었던 백덕산이 건너다 보이고 적멸보궁 법흥사도 가물가물 보인다
잘생긴 소나무들이 서 있는 조망좋은 암릉에서 한참을 쉰다
그 산악회 사람들이 지나간 뒤엔 또 다시 적막으로 빠져 든 산...
능선을 걷고 밥을 먹고 또 다시 길없는 사면으로 들어선다
길을 만들며 길을 찾아서...
어느해 내린 비로 이 모양이 되었는가?
임도는 끊기고 길은 무너져있다
그나마 나무들이 길로 들어서고 잡풀이 우거져 길의 존재는 차차 사라져가고 있다
걷기 힘든 길을 버리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수많은 바위들을 밟고 넘으며 사람세상으로 향한다
돌아다 본 산은" 너 왔다 가니?" 아는체도 없이 처음 그 모습으로 굽어보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