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맹꽁이 울던 밤 2008.07.20

binjaree 2009. 6. 18. 14:20

★아침에...

 

 토요일,이 남자는 또 지들끼리 산행에 나섰다
5시, 간식과 과일 얼린 물등을 챙겨 주고 괜스레 짜증나 한마디 덧붙인다
"담부터 혼자 산에 갈 땐 나 깨우지마! 알아서 챙겨 갖고 가!!"

보내놓곤 또 잤다
동해 바다로 여행을 떠난 작은애 방이 비었길래
신새벽부터 다운 받아놓은 시시한 영화 한편을 컴으로 보다가...ㅡ.ㅡ;

9시쯤 눈을 떠 일어날까를 망설이다 빗소리가 시원해 그냥 침대에서 그 소리를 듣는데 누군가 벨을 누른다

구리시쯤 갔는데 비가 내려 산행을 포기하고 모래내에서 해장국 드시고 온 이 남자
ㅎㅎㅎ 아이구 꼬셔~~

 

★오후

 

 비는 오고 두 남자가 있는 집안은 갑갑하고 영화를 보러 가자하니 웬일로 순순히 오케이한다
몇년만에 처음 둘이 영화를 봤다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마음에 남을 스토리는 전혀 없지만 귀를 찢는 총소리,혼을 빼던 말발굽 소리,빠른 눈회전이 필요한 화면등이 여름용으론 그만이었다
오죽하면 문외한인 울 집 남자도 영화 촬영 기술이 엄청 좋아졌단 말을 했을 정도니...
밥까지 먹고 왔으면 좀 좋아 큰애마저 나간 집에서 신김치 썰어넣은 칼국수로 둘만의 저녁을 먹는다

 

★오밤중

 

 비 중에서 소낙비를 젤 좋아 하는 난 특히 밤에 내리는 소낙비가 참 좋다
새로 깔아 보송보송한 패드가 덮인 침대,나 혼자 차지한 선풍기(세개인데 세남자들이 각각 차지하면 난 없을때가 많으니...),웬일로 일찌감치 들어가 잠이 든 이 남자(있으면 걸리적 거리므로..^^),아직 안들어 온 큰넘(이 넘이 있으면 제 방 컴 후지다고 제 동생 방을 넘볼게 뻔하므로...),정액제 신청해 무한정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영화(그리 볼만한건 없지만..)

밖에는 시원하게 비가 오고
방은 보송보송 하고
영화를 보던 책을 보던 내가 하고픈 일 맘껏 할 수 있는 아주 행복한 밤이었다
그냥 그런 일본영화 보고 있는데 빗속에서 들리던 맹꽁이소리...것도 한두마리가 아닌 대가족(?)의 합창이었다

맹~꽁~, 맹~꽁~.....

창 아래는 아파트 단지를 두른 그저 그런 공간이고(나무들만 가득 있는..) 그 너머는 6차선 도로가 지나고,그 옆으로 가로공원이고,또 그 너머엔 기찻길이 있고...

비 올때만 들리는 저 소리의 주인공은 평소엔 어디에서 사는걸까?
물이라곤 아무데도 없는데...
이해가 안가 비오는 창 밖을 기웃거려 보지만 저 놈들이 서식할 장소는 내 상식으론 없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들리는건 아니고...

하지만 그 소리가 왜 그리 좋던지...
흐믓한 마음으로 오늘밤은 참 좋은 밤이야...하며 행복해 하는데
오밤중에 들어 온 큰 넘이 제 방 컴 맘에 안든다고 빨랑 나오란다
저 웬수들,내 행복한 밤을 망치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