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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생전 처음 사시 불공에 참여했다 송광사 일산 분원이라는 연화사에서
몇 해 전 통도사 일산 분원인 여래사에서 불교대학을 같이 수료했지만 난 아직도 불교신자라고 말할 수 없고
(그때도 단지 불교에 관해 청맹과니나 다름없어 문화강좌 듣는 마음으로 그러다 마음이 끌리면...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게으름도 병이라 사시 불공 참여한 적도 없고 그걸로 끝이었다)
웃기는 건 장로인 시숙이 예배를 보자 하면 성경 읽고 찬송 부르며 참 좋다라고 생각하니 부처님께도 하나님께도 벌 받을라
금강경을 읽고 백팔참회도 했는데 백팔 배를 채운 건 처음이었다 앞뒤로 절한 횟수를 치면 이백 배쯤은 되리라
백 팔 참회를 하다 보니 모두가 내게 부합되는 문구라 울컥, 이렇게 많은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니
현생의 죄도 다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삼생에 걸친 죄를 속죄하는거란다
예법도 다 잊어 자세는 엉망이었겠지만 어쩜 그렇게 힘이 들던지
하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보름이라 공양까지 주셔서 먹고 왔는데
절밥은 공짜가 없다는데 이곳 저곳에서 밥을 먹고 다녔으니 어떻게 갚아야 할지...
처음 절과의 인연은 어릴 적 할머니와 하룻밤 묵고 온 칠석날 이었던 것 같다
밤에 이부자리 때문에 어떤 애와 다투었고 무슨 부각이었던가 고소하고 정갈한 음식 맛은 어렴풋이 기억 속에 있으면서도
정작 그 절이 어디였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으니...
여섯을 나으시고 셋을 건지신 우리 할머니는
아버지를 부처님께 간구해 낳으셨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부모님이 무교였던 터라 친정엔 특별히 불교와 연관해 지켜지는 건 없었는데도 보신탕만큼은 금기시했다
아마 내가 의식은 못 했어도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던 듯
나물 삶은 물 같이 뜨거운 물은 하수구 근처 생명이 죽는다고 그냥 못 버리게 하셨고
설거지 후에 나온 밥알 찌꺼기도 할머니는 헹궈 드셨다
밤마다 백팔염주를 돌리며 "관세음보살" 을 외던 할머니도 오래전에 옛사람이 되셨고
불공을 들여 얻은 아들이었던 아버지도 세상사에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덧없이 가셨다
아버지의 품 안에서 아주 편안해 보이는 백일 무렵의 내가 지천명을 넘긴 나에게 묻는다
너 잘 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