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詩
우화를 꿈꾸다
binjaree
2013. 6. 19. 22:42
6월 13일 호수공원 핸폰으로 촬영 나비잠자리
우화를 꿈꾸다
숱한 밤 고여온 나의 말들을
마른 목 애써 적셔 길어 올리면
굳은 혀 틈새를 비집고 나와
화석(化石)으로 떨어지며
발등을 찧고 또 찧고
미늘에 꿰어 건네졌던 너의 말들을
혀로 헤집다가 입안이 헐고
그조차 부질없어 애써 삼키면
칼날 되어 떨어지며
내 안을 찢고 또 찢고
너와 나의 말들이 마모되지 못한 채 발치에 쌓이던 밤
우화를 꿈꾸며 모로 눕던 내 잠 속엔
온밤 내 비 내리고
흥건한 물기위론 젖은 날개 빛을 잃던 나비 한 마리
나비는 다시 산으로 가야 하리
골수까지 뿌리내린 이름과
혈관으로 스며든 인연일랑 잊더라도
목발에 기대 나부끼며 바람 속을 걷더라도
이 산 저 산 머금었다 뱉어내기를 거듭하는 구름 속이라도 좋아라
어둔 정적 깨트리며 바람 몰려다니는 골짜기면 어떠랴
웃자란 풀들 위로 바람 스치면
강물 마냥 엷은 파도 일렁일 그 능선에 서서
곤한 날개 활짝 펴 보송해지면
저문 하늘 날더라도 한량없이 가벼우리
울고 웃던 날들 다 아득해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