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다다르기
네가 내게 부착된 스위치를 켰을 때
난 모니터처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환해지며 갖가지 색깔로 살아났더란다
클릭 한 번으로 낯빛을 바꿔가며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에 맞춰 네 수족 되어 춤을 췄고
또닥 또닥
키보드를 두드리면 난 그걸 무늬 삼아 직조를 해 켜켜이 쟁여두며
언.젠.가.는. 마름질과 박음질로 가벼운 날개를 마련할 거란 꿈을 꾸었었지
어리석었으므로 순수했던 16비트의 날은 그렇게 가고
과정이라는 길 위에선 시작점이 언젠지 모를 악성파일이 음습하게 자릴 잡아 자라났고
방화벽도 클리너도 백신조차 듣지 않는 독하고 치명적인 것들이 날 좀먹어가
그러도록 넌
날 켜 둔 건 까맣게 잊고 늘 소재불명 부재중
LED 네온 휘황하고 레이저 빔 찬란하던 밤거리에서
현란함을 좇은 걸까?
스피드에 빠진 걸까?
가끔 돌아와 내 늑골을 비집어 간을 잘라 가도
나를 해체하다 시시해져 엉성하게 재조립을 해놓아도
때론 두개골 안을 헤집어놔 오류가 발생해도
난 널 위해 메가에서 기가로, 기가에서 테라바이트로 용량을 늘려왔어
머문 자리 너무 오래라
절로 뿌리 내리고 살고자 하늘을 향해 잎을 틔웠건만
언제나 가뭄
타는 갈증으로 성마르던 32비트의 날들
내가 늙고 추함은 바로 너로 말미암은 것
병들고 나약함도 다 너 때문인 것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제발 시스템 종료 버튼을 눌러주렴
이제 오래도록 편히 쉬고만 싶어
나 너무 긴 시간동안 서 있었거든
넌 이제서야 새 생명을 주겠노라 부산하지만
내 하드 디스크엔 온갖 것 너무도 많아
그걸 다시 껴안은 채 재배치 되고 설치되는 건 사양할래
그런 포맷(format)은 절대 원치 않아
내가 기다리던 언.젠.가.는. 은
에스트라공과 블라드미르가 기다리던 그거였을까?
결코 오지 않을 것
아니 벌써 왔었을지도 모를
어쩌면 내일은 꼭 올 수도 있을
하지만 이제 나
승화(昇華)가 되든 기화(氣化)가 되든 함께 날고 팠던 꿈은 그만 접을래
무엇이 오더라도 너와 난 임계점엔 결코 이르지 못할 테니까
※ 임계점
액체와 기체의 두 상태를 서로 분간할 수 없게 되는 임계상태에서의 온도와 이 때의 증기압이다. 따라서 이 점까지만 액체가 존재할 수 있다. 한편, 임계점 이상의 고온, 고압 상태에서는 물질 사이의 밀도변화가 연속적이므로 기체가 액화하지 않는다.
저온상에서 고온상으로 상이 변화할 때, 저온상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온도·압력을 말한다. 일반적인 물리학에서는 부분적으로만 혼합되는 두 액체의 경계가 소실됨으로써 완전히 일체화 되는 경우의 온도와 압력을 말한다. 보통 각 물질의 임계압력·임계밀도에 의하여 임계점이 결정되는데, 물질의 임계온도로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의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한다. 그 종류는 퀴리온도, 액체상에서 기체상으로의 상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임계상태 등이 있다.
예를 들면, 밀폐용기에 물을 넣고 온도를 높였을 때 물은 팽창하여 밀도가 작아지고 포화수증기는 압력이 증가하여 밀도가 커지므로, 물과 수증기의 밀도차는 점점 작아진다. 374.2℃에 이르러서는 결국 물과 수증기의 밀도차가 없어지기 때문에 물과 수증기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한계점 이상의 고온·고압에서는 물질의 밀도가 연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기체의 액화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