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두이노의 비가(1)

binjaree 2014. 2. 22. 22:15

 

 

 

 

 

               제 1비가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나 이러한 심정으로 어두운 흐느낌의 유혹의 소리를 집어삼키는데, 아, 대체 우리는 그 누구를 필요로 하는가?

 

 

천사들도 아니고 인간들도 아니다.

영리한 짐승들은 해석된 세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마음 편치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어 날마다 볼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건 어제의 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습관의 뒤틀린 맹종, 그것은 남아 떠나지 않았다.

오 그리고 밤, 밤, 우주로 가득 찬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먹어 들어가면, 누구에겐들 밤만이 남지 않으랴.

그토록 그리워하던 밤, 쓸쓸한 이의 가슴 앞에 힘겹게 서 있는, 약간의 환멸을 느끼는 밤, 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 쉬울까?

아, 그들은 그저 몸을 합쳐 그들의 운명을 가리고 있구나.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향해 한 아름 네 공허를 던져라.

그러면 새들은 더욱 힘차게 날갯짓하며 넓어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봄들은 너를 필요로 할지 모르지.

많은 별들은 네가 저희들을 느끼기를 바랐다.

과거 속에서 파도 하나 일어나고, 또는 열려진 창문 옆을 지나갈 때 너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겠지.

그 모든 건 사명이었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완수했는가?

모든 것이 네게 애인을 점지해주는 듯한 기대감에 너는 언제나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는가?

(네가 그녀를 어디에 숨겨도, 크고 낯선 생각들은 네 가슴속을 들락거리며 자주 밤마다 네게 머무르는데.)

꼭 하고 싶거든, 위대한 사랑의 여인들을 노래하라, 하지만 그들의 유명한 감정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

네가 시기할 지경인 사람들, 너는 그들이 사랑에 만족한 이들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움을 알았으리라.

결코 다함이 없는 칭송을 언제나 새로이 시작하라, 생각하라, 영웅이란 영속하는 법,

몰락까지도 그에겐 존재하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그의 궁극적 탄생이었음을.

그러나 지친 자연은 사랑의 여인들을, 두 번 다시는 그 일을 할 기력이 없는 듯, 제 몸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너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깊이 생각해보았는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한 처녀가 사랑에 빠진 그 여인의 드높은 모범에서 자기도 그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언젠가 이처럼 가장 오래된 고통들이 우리에게 열매로 맺지 않을까?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며 연인에게서 벗어나, 벗어남을 떨며 견딜 때가 아닌가?

발사의 순간에 온 힘을 모아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목소리, 목소리들, 들어라, 내 가슴아, 지난날 성자들만이 들었던 소리를, 엄청난 외침이 그들을 땅에서 들어올렸지만,

그들, 불가사의한 자들은 무릎 꿇은 자세 흐트리지 않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니, 바로 그렇게 그들은 귀기울이고 있었다.

신의 목소리야 견디기 어려우리.

그러나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를 들어라, 정적 속에서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메시지를.

이제 그 어려서 죽은 자들이 너를 향해 소곤댄다.

네가 어디로 발을 옮기든, 로마와 나폴리의 교회에서 그들의 운명은 조용히 네게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아니면 얼마 전의 산타 마리아 포르모자의 비문처럼 비문 하나가 네게 엄숙히 그것을 명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내 그들 영혼의 순수한 움직임이 때때로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옳지 못한 감정을 조용히 버려야 하리라.

 

 

이 세상에 더 이상 살지 못함은 참으로 이상하다.

겨우 익힌 관습을 버려야 함과, 장미와 그 밖의 무언가 하나씩 약속하는 사물들에게 인간의 미래의 의미를 선사할 수 없음과,

한없이 걱정스런 두 손 안에 들어 있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닌 것, 그리고 자기 이름까지도 마치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리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서로 연결되어 있던 모든 것이 그처럼 허공에 흩어져 날리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그리고 죽어 있다는 것은 점차 조금의 영원을 맛보기 위해 힘겹게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하는 것 -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은 모두 너무나 뚜렷하게 구별하는 실수를 범한다.

천사들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를 가는지 죽은 자들 사이를 가는지 때때로 모른다(이렇게 사람들은 말한다).

영원한 흐름은 두 영역 사이로 모든 세대를 끌어가닌, 두 영역 모두를 압도한다.

끝내 그들, 일찍 떠난 자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어느덧 자라나 어머니의 젖가슴을 떠나듯 조용히 대지의 품을 떠난다,

우리는, 그러나 그토록 큰 비밀을 필요로 하는 우리는, 슬픔에서 그토록 자주 복된 진보를 우려내는 우리는, 그들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언젠가 리노스를 잃은 비탄 속에서 튀어나온 첫 음악이 메마른 침묵을 꿰뚫었다는 전설은 헛된 것인가,

거의 신에 가까운 한 젊은이가 갑작스레 영원히 떠나버려

놀란 공간 속에 비로소 공허함이 우리를 매혹시키고 위로하며 돕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김재혁번역)


 

 

  뉘라서,내 울부짖은들, 들어주랴, 천사들의

질서로 부터? 그리고 어느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는다 해도, 나는 사라지고 말걸

보다 강한 그의 현존재로 말미암아,아름다움이란

아직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디는 무서움의 시작을 뿐이기에

아름다움을 우리가 그토록 놀라워함은 그것이 우리를

파괴하기를 의젓이 물리치기 때문, 모든 천사는 무섭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를 지그시 억누르고 우울한 느낌의 유혹의 소리를 삼킨다

 

아하, 누구인들 우리가 부려먹을 수 있겠는가

천사(들)도 안되고, 사람들도 안된다

그리하여 눈치빠른 짐승들은 벌써 알아채고 있다

해석된 세계안에서는 우리가 집안에서처럼 마음놓고 있지 못함을

우리에게 남은것이라고는 비탈길의 어느 나무 한 그루 이런가?

우리가 날마나 다시 보게 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어제의 거리 그리고 어느 습관의 잘못된 충실함이니

우리 곁에 맘에 들어 머물러 떠나지 않는 습관

오, 그리고 밤, 밤이 있구나

바람이 그 가득한 우주 공간이 우리의 얼굴을 파들어가면

누구에겐들 남지 않으랴 그 기다려지는 밤

가볍게 실망시키며 홀로의 마음앞에

수고롭게 다가서는 밤은 연인들한테는 더 가벼울까?

아하, 그들은 더불어 서로의 운명을 덮어 가릴 뿐이다

그대는 아직 모르는가? 두 팔안의 공허를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간들을 향해 내던져라

새들이 더욱 속 깊이 날아 그 넓혀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르니

 

그렇다 봄마다 그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별들도 그대가 알아주길 기대했으려니

지나간 것 속에서도 한 물결 일어서 다가왔거나

열린 창 앞을 그대가 지나올 때

바이올린 소리 들려왔으니, 이 모든 것이 위탁이었다

그러나 그대는 해내었던가?

그대는 언제나 기대로 마음이 흐트러져 있지 않았던가?

마치 모든 것이 그대에게 애인 하나 알려주지 않을까하여?

(어디에 애인을 숨겨두려는가, 그대에게는 크나 낯선 생각들이 들고 나며,밤에는 자주 머물기도 하거늘)

그리웁거든 연인을 노래하라 오래도록

그들의 유명한 감정도 아직 불멸의 것이기엔 모자란다

그대가 부러워할 지경인 저 버림받은 자들을 그대는

만족한 자들보다 훨씬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는가 사랑하라

언제나 새로이 결코 이루지 못할 찬미를

생각하라, 영웅은 스스로 보존한다 몰락조차 그에겐

오직 존재하기 위한 구실, 그의 마지막 탄생이었음을

그러나 연인을 지친 자연은

자신의 품으로 되거두어들이거늘,마치 두 번 다시

이들을 감당할 힘이 없다는 듯이 그대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충분히 기억해 본 일 이라도 있는가 어느 한 소녀가,

애인한테 버림받고도 이 사랑하는 여인의

드높여진 본보기에 저도 그녀처럼 되리라고 느낄것을?

이 가장 오랜 아픔들이 마침내 우리에게는 더욱 보람이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우리 사랑하면서

애인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 떨면서 견뎌낼

마치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힘을 모아 날아가면서

자기 자신보다 더한 존재가 되기 위하여,

머무름이란 어느 곳에도 없기에

목소리, 목소리를 들어라 나의 마음이여

지금까지는 오직 성자들만이 들었던 것처럼

그 엄청난 부름이 그들을 땅위로 들어올렸건만

그들도 그냥 무릎 꿇은 채였으니

불가사의한 그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토록 성자들은 귀 기울였으나, 그대는 신의

목소리는 훨씬 견디지 못하리라 그러나 들어라 불려오는 소리

고요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소식을,

저 젊은 주검들로부터 이제 그대에게 불어오고 있다

그대가 발들여 놓던 곳, 로마와 나폴리의 교회 안에서는

그들의 운명이 그대에게 조용히 말 걸어오지 않았던가

아니면 묘비명 하나 장엄하게 스스로를 그대에게 맡지기 않던가,

얼마 전 산타 마리아 포르모사에서의 비문처럼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슬며시 그 부당함의

겉모습을 벗겨주어야 하리라, 그들 영혼의

순수한 움직임에 조금은 방해가 되곤 하기에.

 

말할 나위없이 이상한 노릇이다, 이 땅에 더 이상 살지 않음이,

미처 익히지도 못한 습관들을 이제는 행하지 않음이,

장미들에게, 그리고 나름대로 약속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간적 미래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이

끝없이 불안한 손길 안에 들어 있던

그런 처지가 이제는 아님이, 그리고 부서진 장난감처럼

자신의 이름마저 내버림이,

이상하다, 더는 소망을 갖지 않기가, 이상하다

서로 관련되던 모든 것들이 그토록 느슨하게 공중에서

나부낌을 보기가, 그래서 죽음은 수고로우며

뒤늦게 바로 잡기 바쁘다.사람들이 차츰 조금이나마

영원을 느끼도록.- 그러나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지나치게 구분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천사들은(말들하기를) 흔히 모른다 하거늘, 자신들이

산사람들 또는 죽은 사람들 사이를 다니는지를. 영원한 물줄기가

두 영역에 걸쳐 모든 세대를

언제나 함께 휩쓸고 가면서 두 영역안에 그들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마침내 그들, 일찍 고인이 된 사람들한테 우리가 더는 필요치 않다.

지상의 일은 평온하게 떠나는 법이다, 마치 어머니의 품을

온순하게 떠났듯이. 그러나 우리는,

슬픔으로부터 그처럼 흔히 복된 전진이 비롯되는

그 위대한 비밀이 필요한 우리는 그들 없이도 존재할 수 있겠는가?

헛되던가 그 전설은, 언젠가 리오스 왕에 대한 애도속에서

최초의 용기있는 음악이 메말라 굳은 공간을 울림으로 지나갔다는

신에 가까운 젊은이가 갑자기 영원의 퇴장을 해버린

놀란 공간에서야 비로소 그 텅빈 공간이

울림으로 바뀌었나니, 지금도 우리를 매혹하고 위로하고 돕는.(안문영)

 

 

 

 

 

                                                     Micaela Petr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