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jaree 2014. 10. 6. 15:37

 

  늘 산책 삼아 다니는 공원 뒤편엔 아주 오래전부터 허름한 포장마차가 있다

마차라 함은 말(馬)이 끌어야 정석 일 터 그러니 포장마차란 말도 어폐가 있군

말이 차(車) 지 이제 더는 헤드라이트 번쩍이며 도로를 질주할 일도 없을 그런 트럭 짐칸을 개조한 

허름한 오두막과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과 의자 몇 개로 이뤄진 간이 주막이 맞겠다

 

산책시 지나는 곳인데 가끔 올드 팝과 70년대 통기타 노래가 들려와 잠시 먼발치로 귀를 모으게 하긴 했지만

멀건 대낮에 낮술이 당긴 적도 없었으므로 그 집의 고객이 되진 못 했다

아니 카바이드 불을 밝힌 포차의 낭만에 앞서 드는 생각은

일단 비위생적일 것 같고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결코 안주 값이 싸지 않단 생각이 먼저 드는 영악한 아줌마인 까닭에

 

오늘 함께 걷는 J씨가 밥을 먹고 가잔 말에 그러자고 했지만 강아지가 있는 우리가 선택할 장소는 늘 뻔하다

주차한 곳으로 가다 차를 타고 멀리 가기 귀찮아 그곳에서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이야 어떠랴 싶어서

 

J씨가 컵라면에 물을 붓고 나무젓가락 챙겨 오고 김치냉장고에서 김치 담아 오고

'뭐야~ 셀프였어?' 생각하며 놓인 물티슈로 북북 테이블을 닦았다

 

우리보다 앞서 두 남녀가 옆 테이블에서 김치에 막걸리를 나누고 있었고

열무국수 두 그릇을 받쳐 든 남자가 그들 테이블에 국수를 놓아주며 한단 말

"맛은 어떨지 모르나 위생적으로 만들었어요" ㅡ.ㅡ;

그들의 국수를 보며 든 생각

'당신들 실수한 거야~'^^

그리곤 뭐라 떠들더니만 다짜고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랫소리에 두 강아지들이 동시에 짖는다 입 닫으라고 ㅎㅎ

열무국수는 커플이 떠난 테이블에 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시간 가늠을 못한 건지 불다 만 것 같은 라면을 억지로 몇 젓가락 넘기려는데

이 남자 J씨 목덜미에 뭐가 붙었다며 떼준다고 손을 댄다

J씨 언짢은 기색 역력하고 나 또한 뭐 하는 짓이야 싶은데 한단 말이 가관이다

"아줌마 이러고 집에 가면 남편한테 맞아요~ㅋㅋ"

목에 티끌이 붙었다고 남편에게 맞는다니 어디 명왕성에서라도 이주해왔나 이런 미틴~~

"요즘 누가 때리는 남편하고 삽니까?" 쏴주었다

에이~ 괜히 여기 왔네 우리 실수했어

 

공원 걷느라고 목이 마른지 두 할머니 오더니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시킨다

보나 마나 뻔하다 대낮부터 취해 흐느적거리는 저 남자가 뭘 만들어 내랴 싶다

도토리묵은 안되니 두부를 시키란다

'에고 할머니들도 실수 한 거네욤~'ㅡ.ㅡ

 

에효~ 가자 가하며 주차한 곳으로 오는데

뒤에서 부른다 돈 내고 가라고

정말 짜증 나네

J씨가 오만 원권 밖에 없어 그걸 줬더니 거슴름돈 없다고 해서 내 돈 삼천 원까지 털어 냈구먼

돈은 먼저 드렸잖느냐고 이야기해도 막무가내 기어코 주방으로 쓰는 그 오두막까지 올라오란다

좀 전에 커플이 낸 얼마 만 여기 있다고 우리에게 돈 안 받았다고

잔돈이 없어 J씨 삼천 원에 내 돈 삼천 원 보테서 냈는데 그리고 그 돈은 돈 통에 넣었다는데

금방 알았다기에 돌아 나오긴 했는데 무전취식 혐의까지 받고 어이없다

 

이 도시에선 꽤 오래전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이 있었다

그로 인해 광장에선 야단법석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었고

어려운 사람들의 생계 방편인데 싶어 도시 미관엔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좀 봐 주지 하는 마음이 앞섰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 르 라~!" 그들이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정말 어이 없었지만ㅡ.ㅡ;

그 후 절차를 거쳐 합법적인 노점상이 등장했고 이제 곳곳엔 아주 작지만 어엿한 시설(?)을 지어 놓고 장사를 한다

그래도 그 주변은 항상 더럽다

그런데 오늘 기분 잡친 저 집은 합법적인 곳도 아닐 텐데 어떻게 그 오랜 기간 장사를 해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주방으로 쓰이는 공간엔 지난밤 공연 후유증(?)이라는데 꽁지머리 주인이 대낮(한 시)인데 그 소동(?)에도 불구하고 잠에 빠져 있다

물론 절대 갈 일 없을 거고 아는 사람들이 간다고 해도 말릴테지만 그 지경이면 장사를 쉬어야지요 아저씨!! 아님 대타를 똑 바로 세우던지

 

J씨는 낮에 저 일로 충격이(?) 컸는지 아랫글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