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태백산의 꽃들3

binjaree 2016. 4. 26. 01:40



46.애기괭이밥




  무거웠던 겨울을 털어 내는가 계류는 굉음을 내며 흘러간다

한정 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연둣빛 어린잎들은 스스로도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눈 부신 봄날

산새 조잘대는 물 맑은 계곡 가를 유유자적 오른다

포로롱~~

한 녀석은 길섶에서 알짱거리고(흰배지빠귀 같았다 사진을 못 담았으니 확인할 길도 없고^^)

포~롱 포~롱

까무스름한 작은 녀석은 길을 가로질러 깝죽거리며 날아간다 노랫소리가 좋아 가까이 가보려 했더니만


꽃을 찾아 일박 이일이다

애기괭이밥을 보고 싶단 막연한 생각 외엔 올봄 얼추 본 꽃들이라 특별히 찾을 꽃은 없었지만 여유롭고 충만한 시간

그저 봄 빛 가득한 산에 온 것만으로도 난 맑아졌고 그만으로도 넘치게 받았으나 모데미를 찾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분들께 카톡하고 전화를 하며 또 폐를 끼쳤다

이렇게 자꾸 빚만 늘어 가네^^*


요즘 때때로 내가 블로그를 왜 시작했었는지를 생각한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흔적이나마 쬐끔 남겨 보고 때론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 때 그러려고 한 건데 요즘은 야생화 전문 블로거라도 된 듯 산다 우습게도

야생화야 예전에도 환장하게 좋았지만 난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그쪽으로 매진할 생각도 없다

그저 일 년만 쫓다 보면 얼추 보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 작은 땅에 어쩜 그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지

못 본 꽃을 보겠다는 마음도 욕심이겠거니 싶어 때론 부끄럽다

안 그래도 넘치는 사진 세상, 되잖은 사진 죽 늘어놓고 나까지 일조하는가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른 분들이 올린 꽃 사진에 넋을 놓고 그 정보를 알아내려 골몰한다 내참


어제도 그랬다

태백산 당골계곡에 모데미가 핀 단것만 알고 거길 가면 어련히 찾아지겠거니 갔는데 만경사 오름길이 나타나도록 모데미풀은 보이질 않았다

동행한 선배님껜 죄송하고 어딜 가던 늘 그만 가자는 투덜이 기사분 눈치도 슬쩍 보이고

하지만 그 먼 길 가서 포기하긴 싫었다

짐짓 모른 척 금줄을 넘는다

내 스스로가 포기하고 싶은 곳까지만 다녀와야지 싶어서

그러다 나 혼자만 가는 길이 아니라 불안해져 블로그 이웃분들께 도움을 받았다 통신장애가 있던 첩첩 산 중에서

그리하여 비록 지는 모습이나마 보았고 개운해졌다 나 어디쯤에서 끝을 맺을까....


에효~ 끝맺음은 쥐뿔~ㅎ

오늘도 아침에 눈에 확 꽂히던 사진을 보곤 이웃 블로거 들볶아(?) 내일 그 꽃을 찾아 길을 나설 예정

자연스러운 멈춤의 시간이야 오겠지만 그때까지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지

짝퉁이든 사이비든 뭐라 불려도 좋으리 난 그저 꽃이 좋아 꽃을 찾는 것 뿐이니












큰괭이밥



금괭이눈







모데미풀








족두리풀






47.개별꽃



홀아비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