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설악산 귀때기청봉

binjaree 2017. 5. 2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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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을 벼른 나도옥잠화를 보고자 더불어 운 좋으면 귀청의 털진달래는 덤으로 그런 소망을 갖고 설악으로 간다

내겐 무리고 어려운 길이 될 터라 나서기 전부터 겁은 나지만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기로(가다 못 가면 돌아오지 뭐~ 이런 마음으로)

겨우 꽃 하나를 보고자 그 길을 간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된단 표정으로 갸웃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산기슭만 살살 돌아도 볼 수 있었던 이른 봄꽃들은 이제 저문 봄을 따라 자취가 없고 보고픈 꽃은 멀리 또 높은 곳에만 피어나니 걸맞은 값을 지불해야겠지 


그렇게 겨우 들어 본 설악, 너무너무 좋더라

동네 뒷산이면 어엿한 이름을 가졌을 기암괴석이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즐비하고도 흔하게 널브러진 곳

만고풍상 겪은 바위며 나무들이 저마다 제 몫을 다해 설악이란 이름을 완성시켜 주는 황홀한 비경

고개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보고 있어도 이게 실경인가 싶어 가슴이 뛰는 산,


바람 한 줄기 없던 날, 서북능선의 맹주 설악의 변방 같은 귀때기청봉 턱밑 악명 높은 너덜이 시작되는 곳에서

공룡능선이며 용아장성, 대청 중청 소청 끝청 사람에 의해 명명된 봉, 봉을 바라보고 주저 앉아

어느 틈엔가 넘실넘실 산을 넘던 운해의 장관 속에서 잠시 넋을 놓는다 

그저 그 풍경 속에 잠시 한 점으로 머물수 있어서 그렇게라도 거기 있을 수 있어 벅차고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털진달래는 이미 졌다는데 꼭 꼭지점을 밟아야 할 이유도 없고

보고자 하는 꽃도 보았으니(나도옥잠화) 귀청을 고집하진 않았다

우리집 그분께선 원하던 꽃을 만났으니 거기서 돌아가자 하던 걸

더구나 함께 하는 선배님 다리가 편찮은 분이란 걸 알면서도 우기기도 그랬다

일행들 기다리게 할 순 없어 귀청 턱밑에서 돌아섰지만 돌아와 생각하니 혼자라도 다녀 올 걸 하는 마음이 들더라 이 변덕ㅎ

돌아와 나눈 카톡, 과연 이 꿈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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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청까지 1.6KM 아마 반은 더 갔으리라 너덜을 올라가다 말았으니 참 웃기는 우리들^^*



















 

한계령에서 1

 

詩 :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