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에 가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한 주에 4번이나 북한산행을 감행했었으니.. 좋은 계절탓이겠지만 혼자가 아닌 산행이니 거듭될수 있었겠지요
여럿이 가도 어짜피 내발로,내 힘으로 올라야 하는 길인데 왜 혼자서는 그렇게 망설여지는지...(이것도
피터팬신드롬으로 인한 유아적 의존성때문인지..)
어젠 지난 여름 올랐던 숨은벽코스를 택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길이란걸 알고는 망설이는 이웃 친구에겐 엄살부리지말란 엄포를 놓으며...^^
실은 속으론 걱정이 아주 없었던건 아니었지요
여러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후라 낙엽이 쌓인 길이 미끄러울테니 안전도 염려되고 인적 드문 길 여자 둘이 걷는것도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했지요
이제 산은 나목만이 즐비한채로 속살이 휑하니 들여다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두텁게 덮인 나뭇잎을 이불삼아 긴 겨울잠에 빠져들테지요
북한산성입구를 지나 버스에서 하차,밤골매표소를 통과한게10;40분경...
숲에 드니 시린 기운이 코끝에 느껴지며 머리속까지 헹궈내듯 상쾌해졌고 비온뒤라 계곡에 수량이 부쩍 늘어 계절답지않게 계곡물소리가 요란했지요
몇차례 계곡을 넘나들며 능선엘 오르니 어느길로 온건지 사람들이 보였었지요
숨은벽쪽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험로라는 인식때문에 휴일에도 사람이 많지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길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쳐 지나는 사람마다 모두 선수(?)같았죠
이제껏 산행중에 제일 공포감을 느꼈었던 바윗길을 우회해 내려다보니 경사도가 그 정도였는지 내심 놀랐어요
지난번 그 길을 무사히 지난것도 운이 좋았던거였단 생각이 들었었죠
함께한 친구는 내려다 보는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며 어떻게 저 길로 올라왔었느냐고 하더군요
바윗길을 올라 몇걸음떼다 돌아보니 도저히 내려설수 없어서 그저 이 악물고 올랐을 뿐이었는데....
휴~ 안도의 숨을 내쉰 뒤 미련없이 그 곳을 떠났습니다^^
산이 무어지? 왜 난 이렇게 산을 헤매는거지? 숨이 턱까지 차 올라 헐떡이며,땀은 계절에 상관없이 비오듯 쏟아지고,때론 다리가 추를 매단 듯 한발 떼놓기가 힘들때까지 아니 어떤날은 십년감수 험로에서 가슴을 졸이면서까지 왜 산을 못 잊는건지...
왜 사느냐고 묻는것에 대한 답을 말 할 수 없는것처럼 내게 있어선 산도 딱히 정답이 없습니다
때론 사는게 싫증나고 재미없어도 혹은 사람이 끔찍해도 차마 놓지 못하는것처럼 그저 내 힘 닿을때까지는 산도 놓을수 없을꺼란 생각이 들 뿐....
아까 우회한 바윗길처럼 이미 올라서서 발을 딛는 순간 잘못택해진 길이란걸 알면서도 내려서기가 더 자신이 없으니 어금니 악물고 오를수밖에 없는게 사는건가 싶어지는 날입니다
산으로의 길... 동행이 있으면 좀 더 재미있고,쉽고,의지하게 되고 험로에선 어제 도움을 주었던 그 분처럼 내게 손을 내밀어줄 사람도 만나게되고 정상에 서면 희열을 느끼는것도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것이 산행은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닮아있단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사는동안 가끔은 덤으로 받는 그 무엇때문에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이가 되는것처럼 산은 푸른숲과 장한 바위와 신비한 계곡을 숨긴 채 그곳을 찾은 인간에게 탄성이 배나오는 희열에 가까운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니까...
비유가 지나친건지는 몰라도 그저 그런생각이 드는군요
이젠 겨울산행 준비에 나서렵니다
여늬 계절보다 두배는 힘든 겨울산행을 올해는 건너뛸까도 싶었었는데 긴 겨울 산행조차도 없다면 나 사는 날들은 너무 재미없으니...
겨울산행은 꺼려하는 아랫집 친구도 아이젠이며 방한복등을 사라고 꼬셔봐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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