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황산 후기2

binjaree 2009. 6. 18. 12:52

◈10월 13일 셋째날

 여분의 이불을 꺼내 덥고도 산위라 그런지 추웠다
난방이나 들어오면 좋으련만 12월말이나 되야 들어온단다

밤에 추우니 서로의 체온의 의지하자며 내가 녹여놓은 침대로 건너온 이 남자 서로 뒤척일때마다 침대가 움직이니 날보고 건너편 침대로 건너가란다ㅡ.ㅡ;
"니가 가" 라며 버티다 저 잠충이는 움직일것 같지않고 나도 잠을 자야겠기에 체온없는 그 침대로 건너갔다 늘 이모양이다 성질급한 넘이 손해...
춥기도하고 잠도 안오고 뒤치닥거리다 새벽녁쯤에나 눈을 붙였는데 금방 다시 떠진다

산길을 그리 걷고도 잠을 못자니 이 병도 중증일세 휴~
시계를 보니 6시가 되가길래 밥먹기전에 아쉬우니 호텔근처라도 돌아보고자 서둘러 준비한다
그곳에라도 안갔으면 서운해 어찌했을까 배운정으로 가니 운해쌓인 암봉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와!" 감탄사를 내뱉으며 친구부부와 사진을 찍고 돌아온다

무릎이 영 시원찮아 내리막길이 걱정이었는데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데까진 급경사는 없단다
지나는 길엔 산상위에 최고좋은 호텔이라는 북해빈관도보고...
거긴 입구에 붉은카펫이 깔려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까지 가져간 당간부들이 묵는지..



배운정의 아침


북해빈관에 붙은 중국의 두 지도자(등소평과 강택민)

안그래도 케이블카때문에 일찍 일어난건데 그래도 한시간 이상 기다렸다
중국인들과 섞여 있으니 고막에 이상이 올 정도...
그들은 왜 그리 시끄러울까 언어가 달라서 더 그리 들리는건지... 뽀얀안개를 뜷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입구에선 상인들이 "천원"을 외치며 달려들고...

다시 황산시로 돌아와 실크 판매점,보석판매점을 돌아본후 점심을 먹고 맛사지를 받았다
이 남자 실크점에선 들어가 그냥 인삿말로 "스카프 하나 사줄까?" 묻더니 보석점에선 코빼기도 보기 힘들다
남들은 제 아내곁에 붙어서서 물건을 사건 말건 이야기를 붙이며 살갑게 구는데 근처에 오면 보석사달랄까봐 겁나나보다
언제 내가 그런걸 걸고 살았나 저리 눈치가 없을까?
말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데...욱 재수없어^^

다시 온 길을 밟아 항주로 돌아오니 저녁이다
급하게 밥먹고 송성가무쇼를 보기위해 움직인다
안그래도 별로인 기분을 완전 잡쳤다
송성가무쇼는 우리돈으로 80억을 들인 공연으로 항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연물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등이 어우러진 그곳은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곳으로 장마당이 펼쳐져 있었으며 한국인관광객이 많으니 하다못해 군고구마까지 "한근에 오원" 한글로 써 놓고 팔고 있었다
쇼는 환상이었다 무대위론 말들이 뛰어 다니고 대포가 쏘아지고 객석까지 안개비가 내리고... 객석까지 공연에 참여시킨듯 환상적인 무대가 이어지길래
난 당연히(?)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이 남자 한마디 "난 이런데서 박수치는건 아주 촌스러운 일이라고 봐" "..............."
유구무언 일세 그럼 언제 박수치나? 확 열 받는다
그리곤 이어서 객석이 양쪽으로 움직여 물러나고 무대가 대폭늘어나는걸 보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이런거 처음 봐?"
아니 이 남자가 정말 왜 이래?
안그래도 기름에 범벅이 된 중국음식때문에 불편한 속이 다 뒤집히는 느낌이 든다
" 너 저리 가!!" 뱉어놓지만 움직일 공간이 없다
아~ 내가 왜 이 남자와 같이 앉았던고 친구도 있었는데...
더 이상 기분 잡치기싫어 무대위 공연에만 열중한다
꿈같은 한시간이 흘러 공연끝나고 나와 친구에게 고자질한다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옆에 지인이 누가 그러더냐고 묻는다
자기는 공연이 너무 좋아 감격스러움에 눈물까지 나올뻔 했다면서 박수치는게 촌스럽단 남자가 누구냐고....
더 흉을 보려고 이야기를 꺼내는데 화장실에 갔던 이 남자 벌써 뒤에 와 있다
친구가 박장대소 하며 하는 말
"얘 네가 흉볼까봐 알고 화장실서 볼 일 보다 끊고 왔는가벼~~ㅎㅎㅎ" ㅡ.ㅡ;

호텔로 돌아와서 마지막밤 짐정리를 하는데 일행들이 한잔하기로 했다며 부른다
엉거주춤 서 있더니 얼씨구나 나간다
오래 샤워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tv채널을 돌리며 잠을 청하는데 복도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야 근데 내방이 몇호냐 8백몇호지? 805호 맞냐?"
으이구~ 정말 안 열어 주고픈데 남 이목이 있어 문을 열어준다ㅡ.ㅡ;

◈10월14일 이틀이나 잠을 설친게 누적이 되었는지 어젯밤엔 엉망인 기분도 뒤로 하고 잠을 잤다
늘 새벽부터서둘러야 하는 일정... 영은사가 7시부터 문을 여니 그 시간에 맞춘단다
오늘은 집에 가는구나 더 돌아다녀봐야 싸울일만 만들겠단 생각이 들어 마지막일정이 개운하다
중국의 절은 어쩜 그리 어수선한지... 우리나라의 그 정갈함과 고요함은 없다
수많은 현지관광객 사이에서 그들을 보는게 더 재미있을뿐....
홍콩의 사원에서처럼 무더기로 피우는 향때문에 대웅전앞은 불 난 듯하고 담배를 피우건 와글와글 떠들건 아무도 뭐라하는 이가 없다
규모는 엄청 나 부처님도 사천왕도 오백나한도 와~ 할만큼 크게 모셔놨다

대웅전앞의 어수선함


 
빠른걸음으로 영은사를 불러 본 후 서시가 놀던 호수라나 서호로 향한다
전단강의 지류가 막혀 생성된 호수로 깊이는 그리 깊지 않으나(평균1.5m) 진흙뻘이 많이 쌓여있어 빠지면 죽는다고 가이드가 겁을준다
유람선을 타고 드넓은 호수를 둘러본다
영화 청사에 나왔던 그 뇌봉탑이 보이고 1위안에 들어 있는 세 탑들도 보이나 감동은없다 그냥 큰 호수일뿐...
물은 맑지않은데 유람선은 많이 오가고 직접 노를 젓는 배도 보인다
현지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장소인 듯 사람들이 참 많다는것 외엔...

 

 

 

 

 

 

중국의 차 3대명산지라는 항주에 왔으니 차밭은 당연코스인 듯... 시음회를 갖고 일행들은 꽤 비싼 차를 많이들도 사나 난 녹차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사고픈 마음도 들지않길래 그냥 주변 차밭으로 돌아다니다 그 곳을 떠났고
라텍스 파는곳도 들렸는데 쏠깃했으나 너무 비싸 통과^^ 5kg에 2만원밖에 안하는 참깨만 사들고 여행을 마친다

 

 



내가 목빼고 이번 여행을 기다린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이 엮어주는 스케줄에 부회뇌동 따라나선것 뿐인데 웬지 후유증이 있다
무언가 한부분이 덜 채워진것 같고 갑자기 일상이 너무 심심하다는것...
'그럼 다시 떠나면 되는가? 그러나 돌아오면 늘 그럴텐데? 병일세 병이야...휴~'
새로운것에 대한 나이에 걸맞지않는 끝없는 호기심이 주는 영향일텐데 정처없이 떠 돌 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뭐이런지...
이번 여행을 주도하느라 많이 귀찮았을 일행부부는 내년에 말레시아 코파키나발루 등산을 제의한다
황산 그 돌길에서도 무릎이 고장나 애먹었는데 고소적응까지 해야하는 산이라니...아이고 언감생심 내 주제에....
이것으로 내 해외원정(?)은 끝이고 그만하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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