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운전연수

binjaree 2009. 7. 6. 09:31

  며칠 전부터 운전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묵은 장롱면허증을 써 볼 요량으로.

가끔 동행을 요구하는 날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배 째라식으로 나오는 우리 집 기사 덕에 정말 떵(?)차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마침내 그 떵(?)차가 생긴김에..

 

운전을 시도한 건 이십여 년 전이었어요

이웃여자들이 하나 둘 면허를 취득하니 그게 부러워 필기시험을 보았었지요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 합격 후 시험장을 둘러보다 경고로 붙여둔 대형사고사진을 보곤 너무 무서워 실기는 시도조차 못 하고 말았었지요^^*

 

내가 운전한다고 차를 내줄 사람도 아니고 간절히 필요한 일도 없었고 해서 남들이 면허 없으면 5대 등신 이라나 뭐라나에도 아랑곳 안 하고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굳은 결심을 하고(?) 운전에 도전했었습니다  목적은 이 남자로부터의 정신적인 독립(?)이었어요 하하!

우리 차가 스틱이었기에 머리에 쥐나는 어려운 도전 끝에 의기양양 면허증을 받아들었는데 만만찮은 학원비도 쓴 게 아까워 도로주행연습을 이 남자에게 부탁했었죠

 

아~ 지금도 그 기억은 절 확 열 받게 합니다

차가 하나도 없는 신설도로였는데 타자마자 얼마나 지청구를 해대던지...지청구뿐이던가요

"당신 운전하면 안 되겠다, 왜 그렇게 둔하냐 X값 떠네" 등등 모욕적인 언사를 마구 들었었지요

그날 내가 한 일은 일자로 난 다른 차 하나 없는 도로를 왔다갔다 한 거뿐인데....

결국 한시간이 채 안돼 운전대를 내주고

" 내가 잘못한 게 뭔지 조목조목 말해봐 더러워 너한테 운전 안 배운다 대신 차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이제 니가 부담해 난 운전도 안 할뿐더러 차라는 물건에 대해 이제 완전히 손 뗀다 꽥꽥!!"

이러고 대판 싸우고 왔었습니다 ㅡ.ㅡ;

이 남자는 그날 이후로 차를 두고 가는 날도 키는 두고 다니지 않았습니다ㅡ.ㅡ;

 

하지만 이남자도 아쉬운 게 있긴 하더군요

차를 바꿔야 하는데 내게서 돈이 나가야 하니 마음에 드는 신차를 보면 "우리 저거 오토로 빼서 당신이랑 같이 탈까?" 합디다

전 그날이 모욕을 잊지 않고 냉큼 이렇게 대답했었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네 똥차도 못 만지게 하곤 새 차를 내준다고? 나 운전 안해 차를 빼든 사든 능력 있는 아저씨가 다 알아서 하시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건 학원 다닐 때도 절실히 느꼈었지요(이렇게 쓰면 머리는 좋다라고 하는 게 되나요? ㅎㅎ)

하루하루 해 볼 수록 느는 게 운전이구느냐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런데 면허증 묵힌 지가 8년이 되니 전혀 운전은 배운 것 같지도 않은 내가 다시 시작하려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이틀은 연수해주시는 분 차를 갖고 했어요

그 차는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되고 서툰 나 대신 핸들도 옆에서 잡아주고 하니 내가 혼자 운전한 거라 할 수 없지요

오늘부터라도 우리 차로 해야 하는데 실수할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어제 남편에게 부탁해(자존심도 없어요^^;) 빈 주차장에 가서 연습하는데 이 남자 예전과 다른 게 하나 없더군요

"운전할만 한 사람이 따로 있는 거야 당신은 안 되겠다" 등등 또 지청구 시작하데요

주눅이 들어 절대 이 남자 앞에서는 보여서는 안될 브레이크 대신 엑셀레터 밟는 만행(?)도 나오더군요ㅡ.ㅡ;(이건 이 남자 앞뿐만이 아니겠지만..)

아~ 난 정말 소질이 없는 걸까요?

나보다 둔해 보이는 사람들도 잘만 하던데...

암튼 비싼 돈 들여 하는데 이번에는 꼭 할거에요

 

나 혼자 슈퍼도 가고

나 혼자 친정도 가고

나 혼자 바람도 쐬러가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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