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에 너도바람꽃이 피었다네요
광풍이 지난 자리에 하마 벌써
아직 잔설이 남았을 텐데
밤바람은 여린 잎을 아프게 할퀼 텐데
지난겨울 그 광풍속에서
문을 잃었어요
닫을 수도 잠글 길도 없었어요
뼛속까지 바람이 함부로 들락 여요
한 계절을 건너옴이 영겁이었고 찰나였어요
풍화되어 먼지처럼 흩어지고 싶은 마음을 끝내 떨칠 수 없었어요
내가 꿈꾸던 차마고도도
히말라야도
갈 수 없었어요
낯선 이국의 바람 속에선 걷다 사라짐이 필연일까 봐
그래서 호숫가를 걸어요
겨우내 걸었어요
내딛는 걸음마다 핏물 고여요
내 곁을 스쳐 간 당신
아셨나요?
사는 건 슬픈 거래요
셰익스피어나 선데이 서울이나
지리멸렬 사람 일이라고
진작 알았어요
천치라서 자주 잊어요
꽃이 피기를 기다려요
봄처럼 살리라고
꽃과 더불어 피리라고
헛꿈을 꿔요 아. 직. 도.
천치니까 가능해요
너도바람꽃이 내게 말해요
혹한을 인내하며 나는 살았노라고
만년을 갈 것 같던 얼음장도 견뎠노라고
그러니 너도 살라고
그래도 살아보라고
천치라도 알아요
사람의 시간 돌아보면 헛웃음 나올만큼 잠깐인것을
물기 어린 눈으로 다시 꽃을 보니
그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내가 흙이나 바람, 그리고 물로 환원하는건
꽃이 피었다 지는 일처럼 아무것도 아님을
흔들리며 가노라니 나도 바람꽃
바람결 따라 눕고 바람속에 스러지는 나도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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