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 함이 아니랍니다
지천명을 살아도 삶이 주는 秘意 찾을 길 없고
아둔한 자는 백번을 고쳐 살아도 알 수 없음을 이제 겨우 알 뿐
수시로 나를 향해 날을 세우는 바람 앞에서
흔들리더라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엎어지더라도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질긴 삼끈으로 나를 엮어 무연의 허공에 걸어보는 거랍니다
혀가 둔한 내가 흘린 노래는
그저 잠시 갖고팠던 스러진 봄꿈일뿐
도모지형에 처한 죄인처럼
숨통을 조여 오던 시간을 견디다
제 발로 찾아간 응급실
가난한 시인들의 노래로 심폐소생을 받습니다
뉘를 사르고 남은 결정인가요
사리같이 아픈 모국어로 수혈까지 받습니다
그 노래는 내 혈관으로 스며들어
내(川)가 되고 강이 되어주기를
그리하여 그 깊은 바다로 나를 침몰시켜주기를
아물지 못한 상처를 헤집고 나온 붉은 자음과
긴 밤 하얗게 새운 검은 모음들
한숨과 눈물로 버무려 꼭꼭 담아두면
아득 훗날엔 곰삭은 향으로 마주할는지
내게 온 언어들은 선물 같을 터이나
후안무치 이 끄적임은
살고자 하는 안간힘일 뿐
내가 부를 노래는 천치의 변명
내가 부를 노래는 무언의 통곡
함부로 내뱉은 나의 노래는
질기고도 아린 이생의 연을 접고
깃털처럼 가벼워지기를 열망하며 부르는 씻김굿 한 마당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놓지 못해 가뭇없이 보내버린 날들의 참회이며
갈 곳 몰라 부유하는 혼 그 가여운 넋을 다시금 불러보는 초혼가려니
어느 날 문득
수치심에 얼굴을 가리게 되더라도
이 시간도 진짜였으니 괜찮습니다
그저 점 하나 찍고 팠던 거라고
클릭 한 번이면 흔적조차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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