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난 자꾸 나갔다
산다는 게 가끔은 소슬한 한기가 드니
내 안에는 없는 볕을 찾아서
문밖은 흥건한 가을이었고
어딜 가도 철철 넘치는 볕이 있었다
바람 지나던 나뭇가지 새론 비 듣는 소리가 나곤 했고
가끔 돌아보면
농익은 이파리들은 허공에서 절로 절로 스러져갔다
그런 저녁이면 강으로 가고 싶었다
인적 끊긴 둑길에 앉아 빛바랜 갈대의 푸석한 이야기를 한참 듣다가
문득
저 저문 강변으로 너울너울 걸어나가
야물게 익어 갈 어둠에 갇혀 누구도 없이 울고 싶었다
갈대는 이상하다는 듯 어깨너머로 기웃거릴 테고
강물조차 발끝을 건드리며 가던 길을 머뭇거리겠지만
그렇게
그렇게
말끔히 씻어낸 뒤엔
짧은 기도를 하고 싶었다
여전히 내 안에는 순교를 강요받는 더운 피가 흐르니
내게 티끌 같은 죄지은 자를 용서하겠노라고
그러니 태산 같은 내 죄도 부디 용서하라고
제 피로 저를 씻고
제 울음으로 투명하게 맑아지면은
어둠 속에서도 싱싱한 비늘을 반짝이던 강물로 합쳐져
떠나온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낮 동안 곁에 머물던 온기마저 사윈 저녁
빈 들을 거쳐온 마른 바람은
이렇게 잠시 깃들다 가면 되는 거라 일러주며 내 안에 스며들어 서걱이는데
사는 건 그저 흉흉한 풍문만 같아서
가을 저무는 강변에서 그만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