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해가 좋아 호수공원을 천천히 한바퀴 돈 후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꼭 이 나무 앞 벤치에서 한참을 앉았다 오곤한다
그것도 혼자라면 망설일테지만
어젠 모처럼 하늘이 참 맑았다(이 사진을 보는 분들은 왜 매일 같은 사진일까? 하시겠지만 늘 다른 사진이란걸 알려드립니다 ㅎㅎ)
함께 공원을 걷는 분은 나와는 띠동갑인 미스라 아이들 이야기며 저녁 찬거리 이야긴 일단 제외되는거니 얼마나 좋은지^^*
갖가지 소재로 수다를 떨고 우리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 참 좋다
얼마전 아들애의 성화로 태어나 난생 처음 큰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원체 미련한 편인 내가 병원 근처에도 가기 싫어하는건 남들과 다를바없는 미련한 이유때문인데
제 어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아는 아들애들은 내버려 둘 수 없었나보다
싫다고 짜증까지 내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휴가까지 냈었으니 ㅡ.ㅡ;
검진 날짜가 돌아오니 마치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양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막상 그 날이 되어 일련의 과정을 거치노라니 참 아무것도 아닌것을
단지 내가 사람이 아닌 고깃덩어리 같단 생각이 잠시 들었을 뿐
검진을 받던 날도 결과가 나온 어제도 남편이 휴가를 내 동행해줬고
내가 살아온 날들에 비해선 나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내심 내가 참 강한(?) 인간이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우리 부모님이 몸 하난 건강하게 만들어 주셨군 이란 생각도 들고 ㅎㅎ
딱히 이상이 있는곳 없고
단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란거
그래서 어제 병원에서 지시하는대로 다시 채혈을 하고 초음파 검사를 예약하곤 돌아왔다
그리하여 내겐 또 알 수 없는 날들이 선물로 주어졌다
축복이겠지
진구야! 어디로 간거니?
어느날이던가 아마 두어달은 되었을게다 호수공원에서 우연히 저녀석과 마주친게
여늬날과 다름없이 걷고 있는데 우리를 주시하다 다래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 했었는데
그곳은 호수공원 뒷 편 단독주택들과 공장 상가 등이 있는곳이라 그쪽 어디선가 묶지 않고 키우는 아이려니 했었다
내가 매일 호수공원을 간건 아니지만 갈때마다 꼭 그 근처에서 짠~ 하고 나타나던 녀석을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는데
그런날이 잦아 질수록 누가 이렇게 이 아이를 방치하는가 싶은 생각도 들긴 했었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가 다니는 길이 있으니
누군가 확인 할 수 있는 목줄도 없었고
유기견일까? 란 의심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보기엔 깔끔한 편이었고
호수공원을 걷는 누군가는 저애를 진구라고 불렀고 또 멍이라고도 했다
어떤 분은 근처 공장에서 키우는 아이라고 우리에게 말해줬었고(이젠 그 말조차 믿지못하는것은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확실한것도 아니었고)
저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동행하는 분과는 헤어지고 주차해 놓은 근처에 왔는데 저 녀석이 늘 보던 곳이 아닌 곳에서 다래를 아는체 하는거였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지치고 허기진 모습으로
줄게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안스러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그 다음부턴 사료와 간식을 지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져간 간식을 한번도 건넬 일은 없었다 그 아이가 영 영 사라졌으므로
동행하는 친구는 그 뒤로도 본 일이 있다는데 먹을걸 줘도 먹지는 않더란다
하긴 늘 우리의 손길을 피해 몇미터 거리를 두고 접근하지 않았었다
남편과 걷던 어느 휴일
공원에 장식품처럼 놓여진 바위 근처 양달에서 웅크리고 있던 녀석을 본 게 끝이었다
그 날은 하필이면 간식을 빼놓고 갔고 ㅡ.ㅡ;
다래에게 아는체 하며 꼬리를 흔들고 멀어지는 우리를 한참 바라보며 그 자리에 있었는데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않아 편의점에서 소세지라도 살까 망설였지만 녀석이 그자리에 있을까란 확신도 없었고
그 일회용 친절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는데 그 뒤론 벌써 여러날째 저 녀석이 안보인다
내가 데려다 키울 마음도 없었으면서 안스러움만 갖고 있으면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우릴 망연히 바라보던 그 모습 마음에 남아 저 아이의 안녕이 못내 궁금하다
진구야 잘 있니? 잘 있는거지?
'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마산 야생화들 (0) | 2013.03.26 |
---|---|
복수초랑 변산바람꽃 (0) | 2013.03.24 |
이런 저런4 (프라하 그림 전시회) (0) | 2013.03.12 |
대부도 해솔길 (0) | 2013.03.09 |
이런 저런3 (고창 선운사& 여수 향일암) (0) | 2013.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