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 2013년 6월 1일 소계방산 끄트머리(강원도 홍천군)

binjaree 2013. 6. 1. 21:56

 

 ▣ 왜 이곳에 마음을 잡혔는지 그 시작점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겨울에 몇 번 와본 계방산,

첩첩 고봉들이 장쾌한 위용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그곳에서 일망무제 보이는 산들에 혼을 빼앗겨도 좋으리란 생각만 가득했을 뿐

운두령에서 시작해 소계방산을 거쳐 하산하면 아무래도 차편이 마땅찮으니 소한동에서 소계방산만 올라봐야지 마음먹고 산행기를 뒤적였었다

이제 막 스마트폰으로 바꿔 탄 주제에 카톡에 계방산 그 오지에 대한 기대감을 어쭙잖게 올려놓고

 

계방산에서 소계방산으로 가려면 금줄을 넘어야 한다는 걸 읽었으면서도 왜 소한동에는 출입이 될 거라 생각한 것인지

이렇게 다시 일행들에게 어리버리 가이드(?)임을 증명하곤

산림자원 보존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계신 분께 단 한마디 말도 못 건네보고 소한동 소계방산 문 앞에서 발을 옮긴다 에효~

 

아쉽지만 운두령에서 계방산으로 오르지 뭐

그렇게 포기하고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란 생각이 절로 든 하늘 세 평 창촌리 그 긴 계곡을 돌아 나오다 눈에 띄던 길

작은 계곡을 건너는 임시다리가 놓여있고 새로 임도를 만드는 공사 중인 것 같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길로 무작정 들어선다

아무 지능선으로 붙어 오르다 주능선을 잡으면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겠지 가다 못 가면 말고 먼 소풍 온 셈 치지 이런 속생각을 하며

(돌아와 지도 확인하니 우리가 오른 곳은 계방산이 그 여맥을 다 하는 느릅골 쯤이었을것 같고 1062봉을 향하다 중포) 

 

그래서였다

키 작게 시작하는 산죽밭, '이게 사람의 길일까?' 의심스러운 흔적을 앞 서 오른것은

띨띨한 가이드의 면모를 쇄신코저 다시금 유능한 가이드란 찬사를 한 몸에 받고저... 켁! ㅎㅎ

 

발밑이 확인 안 되는 산죽밭을 몸으로 길을 내며 나가노라니 이내 일행들과는 멀어지고

아름드리 적송과 그에 못지않은 참나무들이 주를 이룬 산죽 능선엔 산돼지들의 침실(?)이 연이어 나타나니

갑자기 그들과 원치 않는 조우를 하게될까 불안함이 스멀스멀 엄습해왔다

그렇다고 되돌아가기도 싫고 산죽에 갇힌 채 멈춰있기는 더더욱 싫었다

목청껏 일행을 불러보지만(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아들 이름을 ㅎㅎ)

들리는 건 거친 내 숨소리와 새소리 뿐

 

한고비 오르면 편한 길이 나타날까 싶어 용을 쓰지만 키 작던 산죽이 키를 높일 뿐

숨을 고르며 생각한다

산의 특성상 작은 구비 너머에서도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일행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이 이름없는 능선에서 내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내가 속한 저 아래 세상이 위험한 곳일까?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위험한 곳일까?

절로 무릎이 접히고 고개가 꺾이던 저 아래 세상

산죽에 갇혀 걷는 이 모양새와 별반 다름없으니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밖에

 

산죽이 잦아 들고 고개를 들면 훤한 빛이 보이던 아마도 저쯤이 능선이리라 짐작이 되는 곳에서 일행을 기다린다

이내 그들이 도착하여 간식을 나누며 잠시 앉았는데 갑자기 바위라도 구르는 듯 소리와 움직임이 있어 돌아보니

작은 송아지만 한 노루가 사면을 가로질러 혼비백산 달아난다

난 이 작은 소동이 신기하고 즐거웠지만, 너무 놀라 힘이 빠진 일행

어마어마한 산죽밭 가파른 능선을 오르느라 어지럽기까지 하단 일행들은 더는 못 간단다

나보고 혼자 다녀 오란다 내 참~

 

이제 다 왔는데 저기가 거긴데

아쉬움 가득하지만, 너무 힘들어 어지럽기까지 하다는 일행에게 고집을 피울 수도 없고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다시 산죽밭으로 돌아가기 싫어 계곡 쪽으로 무작정 내려섰지만, 정글을 방불케 하는 그곳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너덜지대가 아니란 거

깊은 산이라 그런지 아직은 먹을만한 곰취와 참나물을 꺾어가며 사람 세상으로 향한다

 

아침엔 흐리더니 숲을 벗어나니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땡볕이 쏟아진다

봄을 놓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이 능선 저 골짜기에 땀을 동이로 쏟으면서도 그 봄을 잃기 싫으니 

그러나 이젠 미적이며 차마 놓지 못하던 미련 버릴란다

잃은게 봄 뿐이랴

날 두고 가던 게 어찌 봄 뿐이랴

유월의 푸른 바람에 일렁이는 숲을 바라보며 움켜쥐고 있던 봄을 보낸다

잘 가라 너

 

 

 

 

 

산목련(북한의 국화이기도한 함박꽃나무)

 

 

 

 

 

 

산매발톱꽃

 

 

쥐오줌풀꽃

 

 

 

고생길로 접어 들어요^^

 

 

 

 

광대수염

 

 

 

물참대

 

 

이곳에 흔하던 산매발톱꽃

 

 

 

 

노란장대("장" 자가 들어선지 키가 나만 합니다^^;)

 

 

이런 산돼지 잠자리를 몇군데나 지나며

 

여기도

 

산죽을 눕혀 만든 산돼지 잠자리

 

처음 부터 끝까지 산죽밭이던 능선

 

어디선가 산돼지가 튀어나올것 같아 후미를 불렀으나 감감

탈출할 길은 전진 뿐

 

 

 

 

 

얼핏 보이던 방태산쪽, 아마 구룡령에서 가지를 친 개인산쪽 일 터

 

                    이상한 곁가지를 단 참나무

 

오리무중? no! 오리산죽 ㅎㅎ

 

드뎌 일행들이 올라오시고

 

                    벌깨덩굴

 

 

풀솜대(지장보살)

 

 

어마어마한 산죽밭을 피해 계곡으로 내려섰으나 갇혔다 ㅡ.ㅡ;

 

 

탈출을 서두르며(그 와중에도 무리지은 미나리냉이가 고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다른곳엔 이미 지고 없을 피나물

 

 

탈출로도 만만찮고(길 흔적 전무)

 

 

                     감자난초

 

 

 

살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