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은 일상풍경
★ 집에서 가까운 카페 "숲속의 섬"
지인과 점심을 들고 차 한 잔 마시고자 찾아갔었다
입구엔 언제나 두세마리 고양이가 널브러져 있어 기겁을 하는 손님들도 있다지만 그로 인해
난 저집이 오히려 낡았으나 비밀스런 이야기가 스며있는것만 같아 좋은데 단점은 찻값이 내겐 싼편이 아니란거
그리고 카페촌이라 보고싶지 않은 커플들이 가끔 보인다는 거 ㅡ.ㅡ;
실내엔 운좋게(?) 아무도 없었고 주문을 받으러 올 기척도 없길래 주방을 향해 쥔장을 불렀더니만
젖은 손 물기를 행주치마에 닦으며 나오시던 주방할머니
주인은 출타중이고 본인은 커피와 팥빙수만 제작(?)이 가능하다셔서 그걸 주문하곤
그 집에 쌓여있는 책더미 속에서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와 기형도의 산문집을 집어들고 창가 우리들의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난 이런 덧문이 있는 창가에 제라늄을 키우며 살고싶어요" 란 허허로운 이야기를 건네며
함께 간 지인과(그녀 집에 쌓여있는 책더미들로 미루어 볼 때 대단한 독서량을 가진게 분명한 본인은 정작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요절한 그를 안타까워하며 주워들은대로 기형도를 이야기하며 내 집엔 없는 이 책을 사야겠단 생각을 한다
"여기엔 이걸 넣어 마시더라구"
라며 팥빙수, 아이스커피와 더불어 수줍게 시럽을 챙겨오신 할머니
내 커피는 제껴두고 그녀의 팥빙수를 빼앗아 먹으며 나도 이걸 주문할껄 하는 생각을한다
잠시 후 서비스로 포도를 가져다 주신 할머니와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어 그분의 이야기 들으며 이웃에 마실온 착각을 한다
너무 낮은 에어컨 온도까지 직접 올려놓으며
그사이 지인과 안면 있는 주인이 돌아오고 우리를 배웅하러 뜰까지 나온 주인께 그 집 이야기를 듣는다
30여 년 전 백마가 쇠락할 때 여기에 천여 평 땅을 사 이 집을 지었다는 거
전통한옥을 짓고 싶었으나 비용 때문에 흉내만 내게 되었노라 말씀하셨고
조금씩 땅을 잘라 팔았기에 손수 심은 나무가 굴착기에 무자비하게 넘어갈 때 울 수밖에 없었다는 거
길냥이와 다름없는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게 소문이 났는지 걸핏하면 이 집 마당에 고양이를 버리고 간다는 거ㅡ.ㅡ;
그들은 보은의 선물로 가끔 목이 없는 새의 시신이나 죽은 쥐 등을 현관에 놔두더란 거
학생 때의 기형도를 그분은 기억한다는 거 천상병 시인의 아내 문순옥 씨와도 교분이 두터웠다고(아하~ 그래서 귀천과 대추차 맛이 흡사했었군 했었다^^)
오래전 바로 옆집에 돼지우리가 있었고 돼지를 길러 잡아 팔던 옆집 아저씨
"잡으러 간 건데 먹이를 주러 온 건 줄 알고 그 짧은 꼬리를 흔들면 나도 사람인데..." 이분을 찾아와 눈물 지었다는 거
주변은 온통 야트막한 산이었단 전설 같은 이야기를 저 뜰에 서서 들으며
상전벽해 같은 시간이 마치 내 것이었던 것처럼 눈앞에 펼쳐짐을 본다
지인과 그분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이런 하루도 있다
★아침 ㅡ 문화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J씨를 찾았더니 그새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저만치 땡볕속을 걸어온다 고맙고 미안하게^^
산을 넘어야 한단 은발이의 고집으로 아랫말산 허리를 가로질러 우리들이 늘 걷는 참나무 숲을 간다
매일 그 나무들을 올려다 보며 도토리는 해갈이를 한다던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열매를 달고 있네 이상도하지란 생각도 하고
초록열매 한 알씩 달린 잎을 땅에 숱하게 떨어트린 톱질 대장 도토리 거위벌레의 귀여운 소행을 보며 기막혀 하기도 하며
촬영때문에 미안하지만 저쪽 길로 돌아가란 스텝 청년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채 걷고 있자니 촬영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이고
감색 슈트 단정하게 입은 저남자가 주인공인가 본데 뉘래? 했더니만 우와~ 고수다
장신영과 고수가 "황금의 제국" 이란 드라마를 촬영하는 중
고지전에서 보고 쟤 참 멋지네 반했던 그 고 수 하수가 아닌 고 수 ㅎㅎ
션찮은 눈에 정확하겐 안보이지만 조막만한 얼굴에 조각미남 같드만^^
점심 ㅡ 한 낮, 미뤄둔 설거지를 하려고 주방에 섰는데 창너머에서 여자의 비명같은 악다구니가 들린다
뭐야 이거싶어 산경쓰이길래 귀 기울여봐도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고 울음섞인 악다구니와 남자의 험한 말소리만 들릴 뿐
대낮 대로변인데 뭔일일까 싶기도 하고 혹 폭력이 행해진다면 경찰을 불러줘야지란 오지랍으로 나가본다 ㅡ.ㅡ;
길가에 이제 악다구니로 기운을 소진한건지 내 또래의 두 남녀가 앉아 있길래
'휴전이야? 종전이야?' 란 생각을 하며 지나쳐 들어오려니
앉아있던 그 여자 갑자기 내게
"아줌마 우리 불륜커플이에요!"
그리곤 황당해하는 날 다짜고짜 팔을 잡곤 "그런데 저 넘이 날 죽이려고 해요" 소리친다
남자는 계면쩍은 웃음을 날리고 있고
"아저씨 부인이세요?" 했더니만 업소여자 운운하며 우물거리고 그 여잔 내 팔을 놓더니 저편으로 부리나케 걸어가고
이그~ 없던 오지랍 펼쳤더니만 별 꼴을 다 본다 젠장
'이것들아 난 늬들같은 잡것들에겐 나눠줄 친절 눈꼽만큼도 없는 인간이란다'
돌아와 찬밥을 오이냉국에 말아 식탁에 앉았는데 입안이 쓰다
내안엔 열기 섞인 바람이 일고, 두어 수저 뜨던 밥 씽크대에 쏟아 붓고 수돗물 쎄게 틀어 설거지를 시작한다 ㅡ.ㅡ;
저녁 ㅡ "엄마 시몬이 왔는데 혹 이불 빌려줄만한거 없어요?"
내참 얘 오지랍도 지어미 못지않다 ㅡ.ㅡ;
시몬은 작은애 회사에 잠시 근무한 독일인이다 난 이야기만 들었고 만나 본 적은 없고
중국유학을 거쳐 한국에 왔는데 여기가 좋아 잠시 머무르며 작은애 회사에 적을 두었었고
국선변호사인 여친과 결혼을 위해 돌아갔고 결혼을 했단 말도 들었고 그 먼나라에서 아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온라인 게임도 즐긴단
우리 큰애와 동갑인 게르만 청년
마땅히 빌려줄 깔끔한 새 이불도 없는데 아무거나 상관없다며 아들애는 전화를 끊고
20일 정도 머무를거라는데 역 근처에 오피스텔이라나 뭐라나 단기로 임대를 했단다
근데 왜 하필 우리집 쓰던 이부자릴 빌려주겠다는건데 내가 몬산다~~
그러면서도 이불장에서 그나마 나은것 골라 빨아두었지만 장마철을 지난 거라 패브리즈 뿌려 다 저녁에 베란다에 널고
그런데 아들넘 뒤에 저 덩치는 뉘래??
으이구~~ 주차장에 두고오지 청소도 안된 집안에 외국인을 들이다니
집엔 대접할 만한 아무것도 없었다 찬 물 밖엔ㅡ.ㅡ;
그리하여 부리나케 옷 갈아입고 외국인 모시고 고깃집 갔다 국위선양하러 삼겹살 집에
더듬더듬 서툰 우리말로 오겹살을 먹겠단다 ㅎㅎ
오겹 구워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불편한 식사를 하며 그가 쉽게 말해주는 영어 단어와 우리 말을 조합해 들은 바로는
준호는 자기의 굿 프렌드고 한국어 선생이며 독일에 오면 자기 아파트에 기꺼이 재워 줄거라고
관광지를 묻는 내게 테마를 묻길래 생각나는게 없어 성(城)을 이야기했더니 라인강을 배로 유람하며 성을 들리는 관광코스가 있다고
다른때는 잘도 기억나는게 왜 하나도 생각 안나는지 겨우 로렐라이나 묻고 ㅡ.ㅡ;
만나 반가웠다고 굿나잇하며 돌아가던 그가 사라지기도 전에 차에 올라타며 내가 뱉은 말
"아욱! 준호 이 쥑일 넘 집에 오기만 해 봐!!" 였었다ㅡ.ㅡ;
참 갖가지 사람을 만난 이런 날도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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