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찬밥 단상 2007.05.04

binjaree 2009. 6. 18. 11:46

 시장끼를 달래려고 찬밥 한 술을 뜨다 "찬밥" 이란 시를 읽습니다
무심코 펼쳐 놓은 책에 실린 한귀절을...

 

찬밥(함민복)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 쓸쓸하다

이 세상에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의 저녁 밥상 위에

 

나는 김 나는 뜨근한 국밥이 되고 싶다

 

 

 밥이 무얼까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인가요?
생각 나름이겠지만 그저 단순하게 명을 잇는 방법이라고만은 생각하기 싫습니다

저 짧은 글에도 얼마나 많은것이 담겨 있는데 하물며 사람을 살리는 밥이 그렇게 단순할리가요

 

어느 드라마에서 사윗감으로 흡족했던 외로운 사내에게 장모가 될 뻔 했던 그녀가 말했습니다
내 딸과의 인연은 어긋났지만 언제라도 오면 내가 따뜻한 밥 한끼는 먹여줄꺼라고...내게도 그런 힘은 있노라고...

그때도 그 밥이라는 단어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 남자에게 밥은 어머니며 고향이며 정이었으니까....

 

그러면서 내 모습을 돌아봅니다
나는 밥을 주는 사람인데 내 식구들에게 그렇게 푸근한 고향이었을까요?
내 아들이 나를 생각하면 따끈한 된장찌개를 떠올리고
내 남편의 귀가길은 귀향길처럼 가슴 가득 훈훈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자신도 없고...
예전엔 그래도 평균은 유지했노라 말할수 있지만 지금은 영 아니거든요

결혼초엔 잘 할줄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그래도 눈동냥으로 시늉내며 살았지요
실패를 거듭하며 차츰 자신감도 붙었었구요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행복했기에 나름대로 즐거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한끼 떼우기 위해 급급하니...
남편도,아들도 먹고 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니 나 혼자 먹자고 만들기도 싫고 밑반찬을 준비해 놓으면 냉장고 들락이다 버려지기 다반사가 되었네요
그래도 손을 놓기는 싫습니다
가족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특권이자 행복이니까...

나는 그들에게 언제까지나 밥이고 싶습니다
혹여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다는걸 깨달아 문득 쓸쓸한 날, 저 시인처럼 그들 상에 놓인 따끈한 국밥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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