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그 날이 오면(03,3)

binjaree 2009. 6. 15. 10:17

남편이 여행으로 집을 비운 밤...
그 여유로움(?)을 맘껏 즐기며 노닥이다 밤늦게 '싸인' 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멜 깁슨이 주연한건데 흔한 공상영화였죠
유럽에 밀밭이나 옥수수밭등에 나타났던 그 미스테리 써클에 관한....
여러학설이 나왔지만 증명된건없고 그 중에 하나 외계인에 의한 흔적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이야기더군요
처음엔 색다른 공포를 주는 스토리에 집중했는데 어이없게도 야구방망이에 나가 떨어지는 외계인이라니요 더더구나 알지못할 먼 행성에서 낮동안은 투명해 존재조차도 알수없는 첨단비행접시를 타고 온 그들이 식량으로 쓰고자한 인간들에게 그렇게 쉽게 허물어져 떠난다는 이야긴 황당했었지요만...

본디 공상을 좋아하고 그런류의 영화를 즐기는편인데 물론 흥미위주로 만들어지는 황당한것들도 있지만 무엇이든 실제 일어날수있단 가정하에 본다면 여러면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중에 하나....정말 원치 않지만 종말 그 날이 온다면....
난 과연 한그루에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처럼 평정을 잃지 않을수 있을지...

부정적인 시각일지라도 가끔은 언젠가 인간들은 자멸할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 그 제한된 공간에서 자원은 언젠간 고갈될것이고,너 나 할것없이 매일 이 지구별에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가고,인간의 눈먼욕망으로 인해 창출되는 재앙의 씨앗들이 너무도 곳곳에 산재되 있으니까요
핵전쟁,오염,자원고갈,자연재해 아니면 영화대로 외계인의 침범이라던지 혜성충돌 그도 아니면 많은이들이 믿는 창조자에 의해 예언된 마지막 날까지도 가정할수있겠죠
물론 저도 후손의 안락하고도 밝은미래와 이 지구별의 영원함을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태양조차 그 수명이 정해져 있으니....

터미네이터의 그 암울했던 미래,인디팬던스데이의 종말로 향하던 숨막히던 혜성충돌의 순간,매트릭스처럼 뇌속에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살아가는 인간성상실의 기계시대가 아니 오리라고 누가 확언할수 있을까요?

영화가 끝난후 아이들과 저 순간이 온다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엄마라면?" 아들이 묻더군요
"물론 나도 공포에 떨겠지만 절망하고 앉아서 죽음을 맞진 않을것같다 어짜피 죽을목숨이라면 무엇인들 두려울까? 희망이 눈꼽만치라도 보인다면 아니 보이지 않더라도 난 나를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할것이고 내 힘이 다른이에게 보탬이 될수있다면 그렇게 하기를 주저 않을것 같다" 란게 내 말의 요지였었죠
과연 그럴수 있을까요? 아무일도 아직은 일어나지않은 편안한 일상에서야 누군들 그런말을 안하겠어요?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날처럼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란 말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전투하듯이 치열하게 사는 삶을 원치는 않습니다
스스로가 만들어야하는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정도를 지나쳐 오늘을 잃고 종내엔 꿈조차 잃고 갖가지 욕망에만 눈을 돌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쌍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저같은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후~

전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과, 터전과, 일상에 동화되는 인간본연의 모습으로 살다가길 원합니다
사람들과 더불어,자연을 사랑하며 지금처럼 사소한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가끔 힘들때도 있겠지만 완벽하지않은 인간인 내가 역시 그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겨나는 일상이라 믿으면서요
비록 오늘과 같은 내일일지라도 내일이 존재치않는 오늘은 너무 무서울테니까....


홀연히 그 날이 올지라도
미리 예정되있던 날처럼 많이는 흔들리지기 않기를 바라며
세상에 옴이 내 뜻이 아니었을지라도
사람으로 살아온 날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람처럼 살다 가고싶다고.....
감히 한가지를 덧 붙인다면 나무를 심는 여유로움이 내게도 깃들길 바라면서요

밖엔 종일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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