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챠이코프스키의 비창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의 가슴떨림이라니.....
그 곡은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듣는 음(音)처럼 가슴에 콕 박혔고 순간 온 몸엔 소름이 돋더군요
왜였는지....갑자기 오페라 투란도트가 생각났었지요
장예모가 연출하고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될거란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냥 있으므로도 마냥 행복할 봄 밤... 화려한무대,빛나는 음성을 보고 들을 수 있다면 정말 눈물나도록 행복할 것 같단 생각에 예매사이트를 찾아 보았습니다
제일 비싼 VIP석은 50만원이었고 제일 싼 일반석은 3만원이더군요
하다못해 축구도 가까이서 보아야 실감이 난다는걸 아는 난 그냥 모니터만 주시하고 있는데 큰애가 들어 왔었죠
"준수야 엄마 이거 보고싶다..."
"그럼 봐 엄마 내가 알바비로 예매해줄까? 아마 아빠야 관심밖일테니 수원아줌마와 둘이가면 좋겠네 엄마 내가 B석(7만원)은 사 줄수있는데 아줌마꺼도...."
엄마의 정서를 이해해주는 아들이 고마워 코끝이 찡해졌었죠
TV바둑에만 몰두하고 있는 남편에게 아들이야기를 전했더니
"참~~ 아들이 길에 종일 서서 번 돈으로 그런게 보고싶을까?" 란 핀잔이 돌아오더군요 그 무참함이라니... 모파상의 목걸이가 생각나데요 내가 허영끼가 있는 여자일까?
물론 아닙니다
콩나물값 깎아가며 가계부적는 또순이는 아닐지라도 보통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그만큼의 허영심도 난 갖고있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어릴적부터 예쁘고 귀하고 화려한것은 내겐 가당치않은 물건같아 선뜻 마음도 가지않았고 오히려 불편했었는데....
말단 공무원의 아내로 살기에 허영이나 사치는 내게 허락 된 품목이 아니었었죠
내가 간절히 하고픈 일은 돈생기는 일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그마저도 잠재우며 살고 있습니다
단지 남편이 벌어온 돈 내 취미생활로 들어가는게 미안스러워.....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서 좋은 공연이야기가 나오면 가고는 싶었습니다
물질의 사치보다는 정신의 사치를 더 쫒는 편인 나인데도 단지 꿈으로만 접으며 아직 연극 한편조차 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저 다리품 조금 팔면 보게되는 들꽃에,나무에,바위에 맘을 붙이며 이렇게 늙어가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쩌다 공연을 녹화방송 해주는 TV를 보는거로 만족하며 한번쯤 화려한무대 숨소리마저 들릴 그 공연장에 있고픈 꿈이나 꾸면서....
꿈을 발설하니 엉뚱한 말을 듣게되네요
내가 그리 철부지였던가? 씁쓸하더군요
물론 나도 아들이 번돈으론 갈 맘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도 마음이 편치않고,해거름이면 종일을 지루했을 아이 생각에 마음 한켠이 서늘한데...내가 어찌....
단지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아들이 참 고마웠을 뿐 이었지요
7만원 내가 쓴다고 크게 달라질것도 없고,그 돈 못 쓸 나도 아니지만 단지 보고싶단 이야기가 그렇게 받아 들여지니...
"너하곤 수준 안맞아 못살겠어"
"그럼 누구하고 수준맞니?"
"나 오페라도 보여주고 발레공연도 같이가주는 사람..." 이라며 빨개진 얼굴로 오기섞인 독설을 뱉어냈지만 여전히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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