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결혼기념일(03,3)

binjaree 2009. 6. 15. 10:29

 

 

 

어젠 21주년 결혼기념일 이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데 잊혀지지도 않는군요
오래전 그 날 처럼 어제도 춥고....

봄같은 날이 계속되더니 하필이면 그 때 꽃샘추위가 찾아와 안그래도 긴장되서 굳어있는 날 더 얼어붙게 했었는데......

 

낮동안은 그러저럭 보냈고 남편의 귀가시간쯤 이 물건앞에서 그 날 기억을 떠 올리며 몇자 끄적이고 있었죠
가라고 기억의 끈을 놓고 싶은데 질기게도 그런날은 왜 내게 머무르고 있는건지....

시간이 점차 갈수록 괜스레 가라앉고 있는데 그가 오네요


케익하나 달랑들고....

"잘 먹지도 않는데 뭐하려고 케익은 사와?"(직원분이 어떻게 알고 사주신거랍니다 ) 봉투하나를 내 밀더군요
꽃바구니를 보낼까? 목걸이를 사 줄까? 괜스레 며칠전 날 떠 보길래 모두 현금으로 받을테니 그 값 다 합산해보라고 했었죠 ㅡ.ㅡ;;
원래 몸에 걸든 끼든 다 불편하기 짝이없어 하는터라 악세서리는 내게 별 소용도 없는 물건이죠
하지만 오래전엔 꽃을 받으면 기분 괜찮았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현금계산을 하게되네요
이렇게 바삭거리는 소리가 날 듯 무미건조한 여자가 되버렸으니...

 

원래 꼼꼼한 사람인줄은 알지만 그 봉투엔 궁서체로 적은 편지한장과 내가 좋아(?)하는 수표가 하얀종이를 몸에 감은채 얌전히도 들어있었죠
늘 감성이 메말랐네,책도 안 읽네.라며 코웃음쳐 주지만 가끔 받는 그의 글은 날 놀라게합니다 이외로 글솜씨가 괜찮아서요
내가 별 짓(?)을 다 해도 어지간하면 다 받아주는편인(아마 포기상태겠죠?) 남편을 아주 편케만 생각하고 가관인채로 사는데 이 남자의 이런면은 가끔 어쭈!! 란 생각을 들게합니다


여전히 반성문 형식인데 기분은 괜찮드라구요

일년에 두번 글을 받습니다 결혼기념일,내 생일 그렇게 두번..

 예전엔 연말에 연하장도 받았지만 그건 언젠가부터 흐지부지 되버렸네요 사소한 일상을 메일로도 주고 받았는데 내가 그의 메일함을 열고 내가 보낸글을 몽땅 삭제한 뒤론 안보내네요 ㅎㅎ

 암튼 둘 다 유치하기 짝이 없고,아이들 앞에서 못보일것들까지 다 드러내며 부모값을 못하고 사는데 이젠 그냥 나 처럼 익숙해진 저남자를 어느님이 말씀하신대로 "측은지심" 으로 바라보며 살아야할텐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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