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산에서 길을 잃다(03.5.6)

binjaree 2009. 6. 15. 14:07

 

  토,일,월...그렇게 3일간의 휴일이 지나갔네요 하기야 감기로 인해 수요일 이후론 내내 개점 휴업상태(?)였지만......^^

걸핏하면 감기에 무너지는터라 약을 끔찍히 싫어하면서도 초반에 약을 먹었는데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안 먹으면 7일이란 말이 실감나드라구요

지난 주 목,금요일은 종일 빌빌거렸고 토요일은 연휴를 집에서만 보내기가 넘 아까워 어떻게든 입에 맞는것 찾아먹고 기운을 차리려고 했었는데.... 코,목,입이 맛이가 음식이 무슨 맛인지 조차 모르겠더군요

 그냥 미열때문인지 갈증이나 시원한게 먹고파질뿐.....

 

토요일 산에 가자고 약속해놓고 비실비실 하고있는 나 때문에 집에 있게된 남편이 먹고픈거 있으면 사주겠다고 채근해 오길래 따라나가 냉면먹고 잠깐 드라이브삼아 돌고 오니 한결 낫더군요

일욜 새벽 산엘 갈까 말까 망설이다 계절이 아까워 집을 나섰죠

도시락도 준비 안되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김밥 3줄사고...

 

원래 목적지는 안흥 전재에서 시작되는 매화산을 가려던 참인데 15분 걸린다는 정상이 한참 멀리 보이길래 코앞인 백덕산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난번 임도에까지 차가 올라와있는걸 본적있어 그 들머리를 찾아 임도까지 차로 오르고...

여전이 코와 목은 제상태가 아니었지만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은 전혀 문제가 되지않았죠

오히려 집에선 내내 기운이없어 휘청였는데 버섯찌게로 든든히 아침을 먹은 탓인지 컨디션은 괜찮았지요

두릅도 따고 곰취도 따고 다래순도 따고....

산도라지가 기관지에 좋단말을 들은것같아 꿀에 재워 먹어볼까싶어 몇뿌리캐고.. ㅎㅎ 꼭 약초꾼같았지요

 그런데 도라지인줄 알았던 그게 잔대라더군요(시골출신 울남편이..)

 

 영동고속도로가 엄청 막힐꺼같아 여차하면 원주쯤에서 자고 내일가자고 맘먹었는데.... 그만 산에서 남편을 잃어버렸죠

능선오르막에서 내려다보니 우리차가 저만큼 아래로 보이길래 그만 내려가자며 먼저 발길을 돌렸는데 뒤를 볼아보니 안보이길래 화장실(?)간게로군 하며 혼자 계곡으로 접어들었죠

한참을 걷다 돌아봐도 안보여 크게 불러도 대답이없고.....

허위적 다시 능선쪽으로 올라갔더니 사람이 온데간데가 없드라구요

이상해하면서도 앞서서 갔나 싶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어요

두룹 군락이 저만치 보였는데도 그냥두고...

임도로 내려섰는데도 사람이 없더군요 언젠가도 산에서 두어시간 가까이 없어져 애를 먹이더니만.. 임도에서 혼자 왔다갔다하며 암만 불러도 대답은 없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타고 내려가고...

한시간 남짓 흘렀을땐 내가 너무 방심하고있나 싶더라구요 혹 멧돼지같은 짐승이라도 만나건가 싶어서...ㅎㅎㅎ

이제 해가 기울어져 밝지않은 숲으로 다시 들어섰지요 산은 금방 어두어지거든요

그나마 사람이 한둘 남아있을때..물론 일행은 아니었지만 멀리라도 사람이 보이니....

급한걸음으로 다시 능선엘 섰고 목이 터져라 불러도 사람은 없고... 걱정반,짜증반 마음이 뒤숭숭해져 내려왔습니다

이 넓은곳을 혼자 뒤져 찾는다는건 불가능하고 5시가 넘으면 119에 신고를 할 요량으로...

 

아무래도 길을 잃고 반대방향으로 넘어간것 같길래...

거의 임도로 내려서는데 예상대로 그가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며 날 부르더군요

으이구 웬수 바부팅이 속으로 막 욕을하며 내려갔는데 막상 그를 보니 얼마나 딱하던지...ㅎㅎ

그날 채취한 나물을 몽땅 그배낭에 넣었으니 무게가 만만찮았는데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반대편으로 내려섰다가 내가 자기를 찾아 산을 헤멜것같아 쉬지도 못하고 도로를 따라 다시 올라온거라니...

아침에 면도도 안했는지 오후가 되니 제법 자라 흰수염이 섞여 초췌해 보였고 얼굴은 힘이들어 노랗게 되었더라구요

에구 웬수야 하며 들고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니 계면쩍고 창피해 피식피식 웃더군요 행색은 프로면서 산에서 길을 잃다니...ㅋㅋ

두고 두고 놀려먹어야지~~ ㅎㅎ

 

 어제는 장모님이 두릅을 좋아하시니 다녀오자길래 해온 나물 챙겨들고 겸사겸사 친정엘 다녀왔지요

봉투하나 불쑥 내미는걸로 딸노릇을 하며 사니...ㅡ.ㅡ;

근처 사는 여동생이 이게 돈으로 따지면 굉장하겠다라며 낼름 봉지에 제것을 챙기더군요^^

이 남자 긁힌 다리를 내보이며 이렇게 상처입으며 따온거니 성의표시하고 가져가라 하더군요 ㅎㅎ

지난주부터 내내 집안일을 안하다시피했으니 울집 지금 누가올까봐 겁날정도네요 에구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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