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김장을 하고나니 한파가 오고 폭설이 내렸었다
그렇게 겨우 가을은 끝을 맺었다
어느 날이 그 끝이고 또 시작이었는지는 늘 가늠키 어려웠지만
저저번 주 수욜(내겐 올겨울 첫눈이었던) 폭설이 내리던 날도 원없이 보았었고
J씨와 맥주 한 잔을 나누던 며칠전에도 창밖으론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눈이 내렸었다
그런데 또 눈 구경을 간다
참 웃기지?
나도 우습다...
한계령을 오르며 만난 숲의 풍경은
한 십년전쯤 보고 이제 겨우 다시 만난 눈 처럼 경이롭고 황홀했다
난 울다가도 옆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건네거나 맛난 간식으로 달래주면
속눈섭 눈물 훔치면서도 좋아라 웃는 아이와 같다
단지 어린 아인 새로움에 몰두해 다 잊고 잘 놀테지만 늙은 아이인 난 가끔 가슴에 통증을 설핏 느낀다는게 다를 뿐...
그래도 참 잘. 논.다.ㅡ.ㅡ;
바라보며 아~ 바다구나
그리곤 끝~
컬러로 찍은건데 다 무채색
밝음을 좋아하고 알록달록 고운 색을 무지 좋아하는 난
히키코모리나 지하 생활자론 살지 못한다
그러니 두 주먹 불끈 쥐고 겨울을 건널꺼다
이야기속 소년처럼 용감해졌으므로
태권브이처럼 단단해졌으므로ㅡ.ㅡ;
저 깊은 눈, 그리고 켜켜이 얹혀지며 더 깊어 갈 겨울
그러나 저 안에도 봄의 씨앗은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봄은 올 것
봄을 품은 겨울이 그래서 싫지만은 않다
이곳에서 눈밭을 헤메는 까마귀를 보았다
혹 길에 뭔가 떨어졌었더라도 이 깊은 눈을 헤치고 어찌 먹는담?
난 왜 갈수록 뭇짐승들의 굶주림에 목이 메이냐
배낭에 미리 넣어둬야 겠어 비스켓이라도
샘~~
까마귀는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랍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