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아들에게

binjaree 2012. 12. 9. 15:09

 

 

 

 

 

 

짧은 여행을 다녀온 아들의 짐을 받아 정리하자니

갖가지 식재료들이 쏟아져 나온다

 

스테이크를 위해 필요했을 소스

연어샐러드를 위함인가 양상추와 케이퍼

조금 남은 파스타 면

키위 드레싱

그리고 아사히 맥주 두 캔

친구들과 스키장 간다더니...

 

이젠 다섯 살 그때처럼

내가 손을 내밀어 널 보살피거나 할 때는 이미 지났다는 것도 안다

넌 이미 네 몫을 살기 시작한 걸

그래도 네가 다칠까 가슴엔 설핏 안타까움이 지나더라

 

맛난 음식을 기꺼이 준비하던 네 마음이 무엇이었든

준 마음만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다치지 말아라

 

주고도 늘 더 줄 게 없었던가 되짚으며 살았지만

돌려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그렇게 사랑하는것이 맞는거라 배웠지만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다 허무해져서 오래 아프더라

 

남겨온 소스병들과 채소를 냉장고로 옮기며

그 모두에 의미를 붙이는 건

네가 어떤 나이를 살건 내게 붙은 이름은 엄마이니까

 

그러니 너희의 사랑은 다소 가볍더라도 즐거운 사랑이길 소망한다

기쁘게 만나고 아쉽게 돌아오더라도

크림소스 파스타처럼 고소하기만을

연어 샐러드처럼 싱그럽기만을

키위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처럼 달콤하기만을

 

이런 생각조차도 그만 쓸쓸해져서

텔레비젼 토론에만 시선을 모은 네 아버지에게 슬며시 말을 건네 본다

"당신 아들들은 다 나만 닮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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