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이런 저런2

binjaree 2013. 1. 21. 22:59

 

 

 

어느날 들렸던 집에서 멀지 않은 카페

지인과의 약속시간보단 이른듯 하여 책을 가져갔으나 한 줄도 읽진 못했다

지인께 시 한 편만 소개했을 뿐

내겐 난해(?)하고 재미없는 책인데 그 중 건진(?) 한 편

 

너를 잃고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원주(圓周)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히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억만무려(億萬無慮)의 모욕인 까닭에

 

시도 취향이 있는지 백석의 시가 가슴에 콕 꽂히는 것에 반해 김수영의 시는 잘 읽혀지지 않았는데

이것만은 가슴에 콕 꽂힌 까닭에 ㅎㅎ

 

 

백여년된 피아노와 올갠 그리고 시집이 수북히 쌓여있던 찻집

드라마 촬영이 있다고 하더니 스탭들과 배우들이 들이닥쳐 쫒기듯 나왔었다

어짜피 찻집에서 하는 촬영 엑스트라라도 해 줄 마음은 있었건만 ㅎㅎ

 

 

김지하님의 육필원고가 걸려있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흘렀지만 여긴 영업집 그러니 불편하다 ㅡ.ㅡ;

이런 집이 마음 통하는 친구집 이었으면 좋겠다~~ㅇ

 

 

몇해전 일산의 랜드마크가 될 거라며 떠들썩 분양을 했던 저 아파트

저 건물은 첨단 시설물들로 고급화를 추구하고 높이로(59층) 주변을 압도하며 이제 입주를 기다리고 있지만 왜 그렇게 생경하던지 한 컷

지나다니며 공사중인 건물을 보았는데도 저 날은 마치 하룻밤 새 저 건물이 솟은 것처럼 낯설었다

겹겹 포개지고 첩첩 둘러쌓인 콩크리트 숲이 만들어내는건 그만큼이나 냉정하고 차가운 회색의 도시인들 일것만 같다

 

아랫집 소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그 집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나처럼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넬까싶어(서로 거리에서 보면 인사 나누는 정도였고 왕래가 없었으므로)

차일피일 미루며 불편했는데 결국 조금전에 만나고야 말았다

그이는 평상시처럼 나를 대했는데 많이 어색한것 나 혼자만의 생각일 터

더 늦기전에 다녀와야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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