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북쪽 나라의 첨병인 양 찬비 내리며
돌아서는 가을의 등을 밀더니
20년 만이라는 첫 추위를 호들갑스럽게 싣고
성긴 눈발과 함께 기세등등 겨울이 점령군으로 도착했다
그 틈새
엉거주춤 김장을 하고
몇 가닥 무청으로 한 옹큼의 가을을 베란다에 매달고서
철길 옆 공원 벤치에 앉아 햇살을 탐하다
오후의 기차는 나른한 표정으로 인사도 없이 지나고
지실들린 민들레의 짧은 목덜미에
온정처럼 잠시 머물던 햇살이 도탑다
작은 공원은
온통 나무가 놓아버린 꿈의 흔적들
그것들을 보노라니
치렁한 달빛 아래 잠시 품었던
초록의 꿈도 매양 무거운 일
가끔 신열을 일게하던 마음 조각은 가벼웁게 바람에 실려 보내고
흥건한 내 안의 습기마저 오롯이 햇살에 널어 말리면
지금 내 발치 끝에 옹송거리는 너희 만큼 가벼울까
산수유 열매는 마른 가지 끝에 잎도 없이 홀로 붉은데
까마귀 떼 비껴간 빈 하늘만 아득해 더욱 시리던
십이월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