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詩

나의 아무르

binjaree 2013. 12. 13. 14:00

 

 

 아무르강의 물결

 

 

 여긴 세상의 북쪽이라더군

내 오두막 곁을 흐르는 작은 강은 하루쯤을 더 흘러 아무르로 간다던데

 

연어들이 가쁜 숨으로 돌아오는 곳

내 형제, 검은 곰의 고장이며

늘씬한 사슴이 윤기를 더하는 땅

신령스런 아무르 호랑이의 터전이기도 하지

우리 모두는 같은 고향을 가졌다네

 

아무르. 우리의 아무르

아르군과 실카와 손을 맞잡고 우수리와 비킨도 받아들이면 먼 북쪽의 바다로 바삐 가는데

이 큰물이 오는 곳을 모두 알진 못하지만

그가 싣고 오는 바람의 말들은 오두막 언저리를 감싸고 돌며 쉼 없이 그곳의 이야길 들려주곤 해

 

오두막 주위론 신갈나무 자작나무 황백나무 느릅나무가 다퉈 자라고

난 숲에 지천인 베리로 잼을 만들며 버섯으론 수프의 진한 맛을 더 할 줄 알지

나의 그이가 지고 온 사슴 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연어를 훈제하여 차곡차곡 쟁이면서

그것들의 가죽을 무두질해 옷을 지으며 긴 겨울을 맞곤 했다네

 

난 눈과 귀를 막아도 그이가 돌아옴을 절로 알았지

그의 걸음은 시호테알린같아 가볍지 않고 비킨을 닮아 늘 비릿하고 들큰한 연어의 향이 나곤 하거든

은색의 달빛 온 숲에 질펀하던 밤 그가 내 귓가에 들려줬던 말

검은 숲 어떤 나뭇잎도 나처럼 반짝이진 않을 거라며 날 보고 숲의 내음을 가졌다 했어

봄을 맞는 기쁨에 사람들이 몰려나와 축제를 즐기던 밤

샤먼의 북소리만 멀리서 아스름 들려 오던...

 

우리의 오두막엔 퍼덕이는 연어를 닮은 싱싱한 아이들이 해마다 해마다 태어났지

내가 지은 털옷 속에 아이들은 눈밭에서 더더욱 또록해

그 겨울 썰매에선 맑은 웃음이 언제나 유리구슬처럼 쏟아지곤 했어

그런 밤이면 활활 장작 타오르는 오두막에는

마른 베료자가 내어주던 숲의 소리가 언제고 끊이질 않았었지

혼곤한 잠결에서도 그 소리는 내 아이들의 혈관으로 스며 흘러 이 대지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내 첫 숨을 받아주었던 대지가

기꺼이 살과 뼈도 품어줄 때까지

나의 아무르

이곳을 떠날 수 없네

 

 

 

 

얼마전 세계테마기행에 나오던 시호테알린과 아무르를 보고 지난 주 내내 푹 빠져 지내며 적어 본 글입니다^^

아무르가 주는 어감이 얼마나 좋던지요

우리의 백두대간과 이어 진다던 시호테알린 산맥은 마치 내가 떠나온 곳만 같았습니다 한번도 가본적 없으면서요ㅡ.ㅡ

그냥 이렇게 살고 싶었어요^^*

노래도 퍼 왔으니 함께 들어주세요

추위를 그렇게 타면서도 적도보다는 저 추운 북쪽이 더 끌리는 것은 아마도 내겐 북방의 피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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