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詩

무국을 끓이며

binjaree 2014. 1. 13. 13:22

 

 

 

평정을 잃은 도마 위에 시들한 무가 잘린다

허투루 산 날들이 시커멓게 스며 들어 무 속에 박혀있다

 

버릴까를 갈등하지만

따끈한 국물이 필요한 시간

 

버릴 수 없음이 비단 무뿐이랴

그나마 아쉬워 되 줍는 거고

도려낸 무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적당한 선에서 눈 감는 거지

 

갓맑은 생을 바라는 건 참 허튼일

귀살쩍은 시간을 추스르듯

병든 무의 성한 곳을 취해 냄비속에 넣는다

마뜩잖은 국거리가 준비되었다

새 무를 장만하러 나가기엔 이미 늦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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