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선운사 도솔천에서의 한나절

binjaree 2014. 9. 28. 00:07

 

 

  네시에 맞춰 둔 알람이 울리기 전이다 잠든 지 두어 시간 만이고

말도 안되는 어수선한 꿈결에 잠이 깼었다 네시는 십여 분 남았었고

 

'꽃을 보러 그 먼 길을 가야 하나 아무래도 당일치기론 너무 멀지?

아들 부부가 오케이 했었지만 차마 거절 못해 따라나서는 게 아닐까?

그냥 근교에서 시간 보내고 맛난 거나 먹고 올까?...'

 

갈등이 꼬리를 문다

좋아하던 모든 것들이 갈수록 시들하다

매번 뒤따라 오는 생각 끝엔 늘 '그래 본들... 그래서 뭐 하자고... 귀찮아..' 등등 체념뿐이다

그렇게 쉽게 포기하곤 뒤늦게 후회가 들기도 했었건만

 

부정을 긍정으로 돌리려 다른 생각들을 불러 낸다

'선운사 도솔천 길 너무 좋잖아

가을색 짙어 가는 고속도로변도 참 좋을 거야

다섯시에 떠날 거란 약속을 하고 새벽 네시에 취소하면 웃기는 시엄마겠지

며느리와 함께 하는 걸 참 좋아하는 그도 어이없어할 걸'

긍정이 부정을 누른다 10분 늦었다 서두르자

 

한 친구가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를 거론하며 꽃구경 오란 말을 건넨 게 이삼 주 전쯤이다(못 갔고^^)

지인께서 금요일 선운사를 같이 가자고 연락 주셨는데 가족과의 약속 때문에 아쉬웠던

며느리가 3일 오프라기에 주말 등산을 약속했었으나 말 나온 김에 내가 원하는 선운사로 여행지를 바꿨다

그렇게 선운사로 간다

길 떠나기 참 쉽지 않다^^*

 

선운사 매표소와 일주문

 

꽃무릇(석산) 선운사는 우리나라 꽃무릇 최대 서식지랍니다

지난 주 꽃무릇 축제가 열렸다길래 '뭐 얼마나 졌을라고' 생각했는데 꽃무릇들은 고희를 넘겼어요 ㅡ.ㅡ;

축제 전에 왔으면 눈이 황홀했을 듯

도솔천변도 곳곳에 군락지가 있었으나 많은 곳이 이미 지고 없었어요

 

세잎쥐손이풀과 똑 같으나 색만 유독 짙은 이 꽃이 꽃무릇 사이에 지천

 

 

 

 

 

 

 

 

 

 

 

 

 

 

 

 

 

진흥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97848&cid=42856&categoryId=42856

 

 

 

                                장사송

 

 

도솔암

 

 

나한전

 

 

내원궁의 산신각

 

 

내원궁에서 보이던 천마봉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75109&cid=46659&categoryId=46659

 

 

 

 

 

 

 

 

 

 

변산반도 해안

고창까지 갔으니 비싸도 장어 먹고 고속도로로만 오는 게 아쉬운지 이 남자 새만금 방조제로 돌아 가잡니다

그렇게 지나온 변산반도 해안입니다

길가 곳곳엔 키 큰 코스모스가 참 곱게도 피어 하늘거리던

요즘도 주변에서 코스모스를 보긴 하는데 이상하게 어릴 적 보던 그 코스모스보다 키가 참 작아요

키 큰 코스모스를 보자니 늙수그레한 우리 둘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코스모스 꽃밭에서 고무신으로 벌을 잡아 꿀을 빼앗아 먹었단 아주 치사빤쭈~한 추억담과

맑게 보이던 꽃봉오리를 하릴없이 톡톡 터트려 보던 잊혔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이야기하며 오다 곰소에 들려 젓갈까지 샀는데 두 젊은 애들은 자느라 젓갈 사러 차를 멈췄던 것도 모른 체

 

푼수인 저는 차 안에 세 사람이 듣든지 말든지 선운사에 갔었으니 이 시는 꼭 알아야 해라며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를 읊었으나 자기가 모르면 유명한 시인은 아니라는데 참~ 눼눼~ ㅎㅎ

  

 

 일찍 간다고 서둘렀으나 선운사 앞에서 바지락 죽으로 아침 먹고 그러다 보니 이미 열시를 훨씬 넘어서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어요

뭐 이렇게 일찍 가느냐고 남편도 아들애도 말을 했지만 다래 때문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ㅡ.ㅡ;(사람이 많을 게 뻔하니 가능한 한 적을 때 후다닥~ 이런 생각인데요^^)

다래 때문에 입장불가 면 어쩌지 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입장 가능했고요

도솔암에선 한 보살님이 다래를 안고 귀여워하며 볼까지 비비시고 다음 생엔 부처님 가피 입어 사람 몸으로 태어나란 덕담까지 건네셔서 코끝이 찡했고

한 외국인께선 "꺄오~ 큣 도기!! ㅁㅎㄹ%*$@~!^&ㅗㅁㅎㄹ%*$@~!^&ㅗ" 라며 얼마나 예뻐하던지요

단 한 명만 "얘는 입장료가 얼마에요?"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었고 지나가는 많은 분들이 귀여워해 줘 참 고마웠으나

장거리엔 다래를 지참(?)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너무 피곤하고 다래도 안쓰럽고 피곤하고

저하곤 한시도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저런 찰거머리가 없어요 몇 자 적고 있는 지금도 코까지 골며 곁에 있습니다^^*

 

 

 

'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차 유감  (0) 2014.10.06
잡담  (0) 2014.10.04
강화 덕진진, 광성보  (0) 2014.09.13
파주 율곡전망대  (0) 2014.09.10
잡담  (0)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