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그 단조로운 소묘

雜談 8

binjaree 2015. 12. 9. 16:09

 

 

 

 

  감기로 근 열흘을 골골거리다 겨우 제 컨디션을 찾나 했더니만

아들들이 거하게 챙겨준 남편의 특별한 생일끝엔 배탈이 나 또 기진맥진 상태가 돼버렸었다

남들보다 늦어진 김장이 큰 숙제로 남아 머리를 지끈하게 했으나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며 또 며칠을 보냈었고

더 늦어지면 부재료들이 마땅치 않을거 같아 기어 다니며라도 김장을 해야 할 것 같아 주문한 절임배추 80kg

장 봐오고 야채 다듬어 씻고 다싯물 마련하고 찹쌀 풀 쑤고... 그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정말 기어 다니며 일년 숙제를 끝냈다 야호~

 

베란다에서 김장을 준비하던 날 창밖으로 잠깐 흰 눈이 내렸으나 허리 펼 틈도 없던 날이라 '눈이 오네...' 그러고 말았으니

언제였던가....

배웅도 못한 가을은 서운히 곁을 떠났고 그새 겨울은 내 남루한 창밖을 에두르고 있다

 

코끝을 찡하게 얼리던, 볼을 저밀 듯 기세등등하던 저 북의 주인도 엘니뇨라는 악동에게 맥을 못 추는 것인지

없는 사람 지내기야 이런 겨울이 그만일 터이나 참~ 미적지근한 겨울이다

 

김장하며 허리가 고장 나 반을 접고 엉거주춤했었으니 꼭 처음 인간의 모습을 갖춘 직립원인 같은 상태였었으나

지금은 뭘 하며 이 겨울을 보낼까를 두리번 거리는 호모루덴스가 되었으니 진화도 이 정도면 가히 광속을 넘어설 터 ㅎ

두리번 거리면 뭐 한담 아무 생각 없이 밥이나 겨우 끓여내며 TV나 보며 시간을 죽이는데 ㅡ.ㅡ;

 

 

 

 

 

* 거의 아침이 되어야 잠이 든다

  불면의 긴 밤, 명료하던 옛 기억들은 이제 안갯속 풍경처럼 흐릿해졌다

 

  '뒷베란다 항아리에 담았던 김치가 익었을 거야 내일은 그걸 옮겨야겠어

  어수선한 베란다도 내일은 좀 정리를 해야 할 텐데

  냉장고도 좀 비워야 하는데

  머리도 염색을 하고 미용실도 다녀와야 하는데....'

  누워 드는 생각들이다 내일이 또 내일이 되고 마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게 마모되어감이나 그 또한 씁쓸하다

 

 

* 만삭에 가까운 며느리가 출근을 하고자 남편 차로 걸어오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지켜본다

  무거운 몸으로 출근을 하는 아이를 보면 명치끝이 아릿하다

 

*게슴츠레한 하늘이다 내일부턴 제법 추워진다지

 철없게도 폭설이 한 번쯤 내렸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뭔가 숨구멍이 필요하기에  

 

 

 

그 사이 작은 거인 김병만을 따라 나미비아, 파푸아, 비누아트, 시베리아, 마다가스카르, 에콰도르, 뉴잴랜드, 네팔 히말라야, 코스타리카,탄자니아, 미크로네시아, 보르네오, 브라질, 레위니옹,모리셔스, 솔로몬, 팔라우, 베트남, 얍, 브루나이, 니카라과 등지를 마음으로만 누비며 "정글의 법칙" 이란 TV프로그램을 완전히 정복했다

지금은 금요일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중^^*

기회가 와도 선뜻 나서지 못할 세계의 오지를 이렇게나마 대리만족할 수 있으니 좋다

이거랑 비슷한 프로그램 있으면 추천 바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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