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는 나들이는 흡족하지 않았으나 내내 나를 위한 나들이만을 고집했기에 NO~ 할 수 없는 나들이였다
남편의 옛 동료분이 제안한 설악의 만물상 코스는 들리는 소문이 별로여서 내가 제안한 방태산으로 목적지가 바뀌었고
이단폭포만 왕복하기엔 아쉬워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끼워 넣었으나 그마저도 걷기 싫은 남편의 뜻을 따라 태기산을 잠깐 올라보는 거로 수정하고
태기산으로 가는 국도변 산기슭엔 온통 산국이 지천이라 즐거운 기대감이 들었었으나 정작 태기산엔 꽃이라곤 없었다
간벌 중이라 오르는 비포장 임도엔 통나무만 여기저기 무더기 쌓여있었고 산정엔 제법 알싸한 공기가 이미 겨울로 들어섰음을 일깨워준다
횡성에서 홍천을 지나 인제로 내가 좋아하는 국도로 가는 중이었으나 어젠 왜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던지
오가는 길 내내 차에서 졸기만 했다 이 계절 처음 지나는 국도변 볼 만한 풍경 많았을 텐데
기대 이상 좋았던 방태산 계곡길 2KM를 왕복하곤 그래도 미련 남아 필례약수 길로 해서 구룡령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이순원의 소설 때문인가 내겐 은비령으로 기억되던 필례약수 길은 단풍도 좋았거니와 한산해 더더욱 좋았었다
뿐인가 그 길이 끝나는 곳에 한계령이 있는 걸
45년 만에 임시 열었다던 만물상 때문에 한계령 도로변엔 주차된 승용차 즐비하고 주차장엔 관광버스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기함하리만치 많았다
휴~ 만물상 코스 안 오길 잘했네 하곤 어느 틈에 다시 졸았다
지나는 김에 송천 떡마을에 들려 맛있는 떡을 사려고 했는데 눈을 떠보니 차는 양수발전소 근처를 지나고 있다 에이~ ㅎ
단풍 구경 왔으면 단풍을 봐야지 잠만 잔다는 남편의 지청구에 구룡령에서 잠시 내렸으나 설악은 보이지 않았다
얼른 다시 차로 ㅎ
내내 운전해 주신 남편 동료께 대접하고파 홍천 화로구이 먹고 가요~ 했건만 이 분은 어느새 고속도로로 그냥 접어드셨고
원님 덕에 나팔 불려던 속마음 접고 일산 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단 생각을 하며 다시 졸았는데 어느 순간 급브레이크 놀라 고갤 들었다 그리곤 뒤에서 쾅!!
순간 추돌이구나 뒤차가 얼마나 먹고 들어올까 빨리 내려야 하나란 생각이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더라 ㅋ
고속도로에서 4중 추돌 뉴스에서나 보던 풍경 속에 내가 있었다 추돌 순간 목에 충격이 있었으나 대단하진 않았고(뒤좌석 이었지만 나도 지인의 부인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뒤차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고 냄새가 나는 듯하고 내려보니 다리 위였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레커차는 순식간 날아와서 교통 경찰처럼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끼어 들고 ㅎ
2번 차가 1번 차를 받고 멈추는 걸 보고 3번 차인 우리 차는 비상등 켜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 순간 과속으로 달려오던 4번 차가 우릴 받은 거였다
이것도 경찰이 와서 정리를 해 밝혀진 거고 2번 차는 우리에게 책임 전가를 하기 위해 입 다물고 있던 상황
그때문에 2시간도 넘게 거리에 있었으나 네 차 모두 다친 사람 없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괜스레 몸살이 날 것 같아졌으나 보험회사에서 가져 온 렌트카로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돌아오며 생각하니 내가 사고를 냈던 순간도 떠오르며 한편 내가 죽음에 노출되었던 순간 아니던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럴 때마다 날 지켜준 존재는 누구일까란 생각도 들고 다치지 않아 감사한 마음도 들었었다^^*
그리고 새삼 알게된 사실 우리가 탄 차는 지인 분의 소렌토였는데 우릴 받은 뒤차인 값비싼 벤츠 S500이 많이 망가졌단 거
벤츠보다 소렌토가 쎄나? ㅎ
그분은 차에서 내려 미안하단 말씀과 다치지 않았느냐고 먼저 묻던 점잖으신 분이었다
비싼 차가 많이 망가져 속상하겠지만 모쪼록 그 분도 평안하시길...
그리고 참! 뒤좌석에서도 꼭 안전벨트 하세요 꼭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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